보고 끄적 끄적...2012. 5. 23. 08:10

<풍월주>

 

부제 : 바람과 달의 주인

일시 : 2012.05.04. ~ 2012.07.29.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극본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성두섭, 이율 (열) / 김재범, 신성민 (사담),

        구원영, 최유하 (진성), 김대종 (운장어른),

        원종환 (궁곰), 임진아, 신미영 (부인들)

 

유투브에 올려진 리딩 공연을 보고 찌릿했었다.

정상윤, 김태한, 김지현이 열과 사담, 진성여왕으로 참여했었다.

(이 캐스팅이 실현되길 정말 진심으로 원추했건만...)

실제 무대가 다 갖춰진 공연이 아닌 단지 대본을 들고 느낌있게 맞춰보는 리딩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투브를 통해 본 이 작품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입소문 때문이었을까?

CJ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선정작 <풍월주>는

2012년 가장 보고 싶은 신작 창작 뮤지컬로 선정되기까지했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은 티켓오픈 5분만에 매진되는 진기록까지 일어났다.

(나도 정말 어렵게 프리뷰 티켓을 거머줬었다. 그런데 날려버렸다. 조카들때문에...ㅋㅋ) 

<블랙메리포핀스>와 함께 무지 기대했던 작품 중 하나였는데 드디어 대면했다.

 

관람한 후 느낌은,

리딩 공연 때의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았다.

소극장에 3층 무대를 설치해선지 동선도 복잡해졌고 덕분에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정적이고 고요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음악도 국악기를 조금 더 많이 활용하면 좋았을 것 같다.

(리딩 공연에서는 상당히 한국적으로 느꼈었는데...)

리딩 공연보다는 전체적으로  현대적이고 세련됐다고나 할까?

음악, 의상, 무대 전반적으로 "퓨전"이다.

(또 다시 내가 싫어하는 불명의 퓨전사극의 등장이다.)

그리고 정상윤이 불렀던 "열의 노래"가 본 공연에서는 빠진 것 같아 아쉽다.

느낌이 정말 좋은 곡이었는데...

 

사담 김재범은 역시나 연기와 노래 너무 좋았고 감정표현도 아름다웠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목소리톤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김재범 배우도 참 여전히 열심이구나 싶었다.

이 사람이 열을 했어도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구원영 진성과 김재범 사담이 부르는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은 참 불쌍하고 가련하더라.

열 성두섭은 무대에서 처음 봤는데 일단 비쥬얼과 무대에 서 있는 자태가 참 좋았다.

아직 이율이 무대에 오르지 않아 혼자서만 공연을 끌고와서 그런지 간혹 피로감이 보인다.

그래도 후반부에 갈수록 감정몰입이 점점 안정적이라 좋았다.

대사전달과 딕션도 참 좋고 인물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지고 세세히 잘 준비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춤도 전수받고, 일부러 붓글씨도 배웠다고 하더라.

(1층 관객은 무대 높이 때문에 붓글씨가 안 보이지만 2층 관객은 잘 보이기때문에 일부러 학원에 다녔단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인물가 극에 깊게 빠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연륜이 조금 더 쌓이면 점점 더 좋은 배우가 되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러니 이제 아이돌스럽고 하이틴스런(?) 작품은 슬슬 피하는 게 어떨지...)

마지막 장면,

운루가 하얀 천으로 덮이면서

죽은 열과 사담이 만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 작품를 동성애 코드로 자꾸 홍보하는 모양인데

(한국의 "쓰릴미"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절대 공감할 수 없다!!!)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사랑보다는 오히려 남자들의 진하고 순수한 우정에 가깝다.

그래선가?

진성여왕의 질투가 좀 빈약해졌다.

전체적으로 진성여왕이라는 인물 자체의 임펙트도 너무 약해진 것 같고 아쉽다.

이래저래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그래선지 리딩 공연때의 정상윤, 김태한, 김지현 캐스팅으로 <풍월주>가 공연됐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된다.

정상윤은 <블랙메리포핀스>와 겹쳐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깁태한과 김지현이 빠진 건 좀 의문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고 있는 지금의 캐스팅에 실망했단 의미는 아니다.

너무 기대감이 컸던건지도 모르지만 왠지 2%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어쩌면 기대감 때문에 혼자서 너무 살벌하게 <풍월주>를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아직 시작이다!

<풍월주>는 방금 시작된 신생의, 미완의 작품이다.

그러니 남겨진 가능성 또한 아직 무궁무진하다.

기꺼이 아낌없는 박수와 애정을 보내자.

그러기에 충분한 아름답고 가능성 있는 작품이다.

 

                                                        <2012 풍월주>

 

                                        <2012 풍월주-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

 

 

* 너무나 좋았었던 2011년  리딩 공연 영상

 

                        <너의 뱃속까지 - 정상윤, 김태한>

 

                          <열의 노래 - 정상윤>

 

                            <밤의 남자 - 정상윤>

 

                         <앞날 - 정상윤, 김지현>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 - 김태한, 김지현>

 

                           <열과 진성 - 정사윤, 김지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