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5. 16. 08:06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프랑켄슈타인> 마지막 관람을 류빅터, 박앙리로 끝냈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해진다.

재공연이야 되겠지만 초연 배우들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현실적으로 그러기도 힘드니 아마도 내내 그리워할 작품으로 남겨질것 같다.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만 <스위니토드>보다 더 보내기가 참 힘든 작품이다.

게다가 류은페어의 마지막 공연이라는게 사람을 참 묘하게 만들더라.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도, 객석도 다른 날과 비교해서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게다가 웃음 포인트에서 평소보다 객석의 웃음도 훨씬 적었다.

그런데 그게...

재미가 없어서 안웃는게 아니라 아쉬움과 서운함 때문이더라.

공연장 전체에 참 애뜻한 기운이 감돌아 어딘지 뭉클해지기도 했다.

최고나 레전드라는 표현은 이쯤되면 오히려 무색한 지경이고

이제는 심지어 배우와 배우, 배우와 관객 사이의 단단한 신뢰와 믿음이 보이더라.

드디어 이런 경지까지 왔구나... 이 작품은...

 

류정한 배우는,

앞으로 어떤 배역을 하든 관객을 실망시킬 일은 절대로 없겠다.

류정한 나이에 류정한만큼 연기하고 류정한만큼 노래할 수 있는 남자 뮤지컬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쯤되면 독보적인 존재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터!

연기도, 고음도, 액팅도 한치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

그야말로 "붉은피가 쏟구치"는 느낌이다.

"두 도시 이야기" 이후로 그의 연기는 완벽하게 안정적이 됐고

"프랑켄슈타인" 빅터로 정점을 찍었다.

매일 자신의 레전드를 피도 눈물도 없이 갈이치운다.

도대체 이 엄청난 체력소모를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고 있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배역에 너무 깊게 빠지는 배우는 경계하는 편이다.

자칫하면 배우가 배역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끌려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류정한은 빅터라는 배역을 자유자재로 끌고다니면서 완벽하게 컨트롤하더라.

무대 위에서 모든 걸 끝까지 다 소진시키면서

동시에 놀라운 속도로 다시 꽉꽊 채우는 모습을 보는 건 매번 두려움이었다.

그 모습은 "괴물"  그 이상의 공포였고 그 이상의 매혹이었다.

지친 모습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넘버를 장악해나가는 모습은,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경이였다.

그렇구나...

무대 위에 서있는 류정한의 모습보다 더 매혹적이고, 매섭고, 무서운건 없구나...

인정에 굴복까지 거듭했다.

사실 조금 걱정했었다.

너무 힘겨운 배역이라 작품이 끝난 후

빅터의 기억들이 온 몸 구석구석 퍼져 그를 아프게 하는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이젠 걱정하지 않는다.

배역이 그를 삼켜버린게 아니라 그가 배역을 완벽하게 컨트롤했기 때문에!

다만 나는 그가 보여준 세계를 마음껏 탐닉하면 되는 거였다.

불쑥불쑥 게워지는 그리움때문에 아파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오히려 나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하나같이 다 아름다웠다.

빅터와 자크,  배반하는 배역이 보여준 미(美)는 또 얼마나 찬란했던가!

매번 모양을 바꿔가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를 육박해오던 표정들, 감정들, 넘버들, 티테일한 표현들...

덕분에 나는...

날마다 고통스러웠고 날마다 황홀했다.

 

앙리와 괴물 박은태.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팠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가슴 아린 일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멸종한다.

자신의 창조주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피조물이 된다는 것.

존재의 부정은 결국 스스로를 쓰려뜨리게 만든다.

까뜨린느와 북극을 꿈꾸며 아이처럼 행복해하지나 말지.

괴물을 위해서라면 그 기억이 없는게 훨씬 좋았겠다.

단한번 찾아온 행복이 그렇게 빨리, 그렇게 무참히 짓밝혀버렸으니...

호숫가 장면의 조용한 통곡을 들으면서 알았다.

괴물의 종말을 이미 그때 시작됐음을.

얼마나 아팠을까...

괴물의 상처뿐인 삶이 나는 내내 너무나 아프다.

 

안되겠다!.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할 것 같다.

빠지는 거, 꼽씹는 거.

배우가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걸 걱정해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작품에서 빠져나올 일이 태산같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이 작품이 끝난 후 폭력처럼 나를 후려칠 그리움을 어찌 견뎌야할까?

이걸 견디기 위해선

한동안은 고통이 뒤따를 것 같다.

 

어쩌자고 괴물의 복수는 나를 찾아왔을까!

(혼자가 된다는 슬픔.

빅터처럼 나 또한 날선 비명을 지른다.

차라리 내게 저주를 퍼부어라~~!

프랑켄슈타인!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