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일시 : 2014.05.13. ~ 2014.09.28.
장소 : 백암아트홀
연출 : 이지나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사,작곡 : 스지븐 드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출연 : 조승우, 박건형, 손승원, 송용진 (헤드윅)
이영미, 전혜선, 최우리, 서문탁 (이즈학)
제작 : 쇼노트
우리나라에선 이젠 메이저 공연이 되버렸지만 10년 전 처음 이 작품이 공연됐들 땐 확실히 마이너의 성향이 강햇었다.
게다가 초연이 올려진 라이브극도 조그맣고 허름한 이름없는 지하카페 느낌이라서 작품과는 잘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강남 한복판에서 공연되는 <헤드윅>은 어딘지 세련되고 고급스런 느낌이라 살짝 낯설긴 하다.
5월 13일 승우 <헤드윅> 첫공을 볼 때만해도 다시 보게 될까 싶었는데
(단순히 표를 구하는게 힘들어서...)
이렇게 두번째 관람을 하게 됐다.
첫공때만해도 많이 어수선하고 타이밍도 살짝씩 틀어졌었는데
두 달여가 지난 후 다시 본 조승우 헤드윅은.
다른 말 다 집어치우고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련다.
진심으로 좋더라.
그리고 훨씬 더 애잔하고 깊어지기까지 했다.
나도 모르게 헤드윅의 감정에 동화되버려 보는 내내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그렇구나.
<헤드윅>이 이렇게까지 가슴 찡한 작품이었구나.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이 정체불명의 여인이
나를 제대로 울렸다.
조승우는 어떻게 저럴수 있을까 싶을만큼 너무나 노련하다.
"헤드윅"이라는 배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고
그럼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하게 "헤드윅"을 컨트롤한다.
과연 조승우답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묵직한 칼날 같기도하고,
한없이 가벼운 깃털 같기도하고
때로는 관객의 반응까지 철저하게 계산한 게획된 연기같기도하고
때로는 느낌에 따라 그때그때 표현된 날 것의 느낌도 있다.
그건 일종의 "홀림"이었고, "끌림"이었고, "세뇌"이기도 했다.
공연장을 나오는데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
오늘 내가 조승우에게 제대로 놀아났구나!
그런데 그런 철저하고 일방적인 놀아남이...
사람을 꽤 기분 좋게 만들더라.
그게 <헤드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헤드윅>은 내겐 항상 이유있는 모호함이자 진심어린 독백이었다.
그래서 헤드윅을 마주한다는건
나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매번 마지막이라고 말하면서 단 한번도 마지막이 되지 못했던 작품.
아마도 나는 <헤드윅>과 함께 그렇게 늙어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