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9. 13. 08:04

<보니앤클라이드>

일시 : 2013.09.04. ~ 2013.10.2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 Ivan Menchell

작사 : Don Black

작곡 : Prank Wildhorn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엄기준, 한지상, 키, 박형식 (클라이드)

        안유진, 리사, 다나 (보니) / 이정열, 김민종 (벅)

        주아 (블렌치) / 김법래, 김형균, 박진우 (테드)

        최민영, 민혁 (어린 클라이드) / 문은수, 배정민 (어린 보니)

        김민수, 이기동, 서경화, 임은영 외

제작 : 엠뮤지컬아트, CJ E & M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로 폭발적인 매니아층를 갖고 있는 작곡가 프랭크와일드혼의 최신작 <보니앤클리아드>

2009년 샌디에고에서 초연,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올려졌지만 호평을 받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클라이드 체스트넛 베로우(1909~1934)와 보니 엘리자베스 파커 (1910~1937)는

두 사람은 미국 대공황시기에 실제로 있었던 악명 높은 2인조 갱이다.

워런 비티와 페이 디너웨이 주연의 명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도 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와 뮤지컬은 참 다르구나...)

솔직히 말하면,

작곡가에 대한 기대감도, 제작사에 대한 기대감도 별로 없었다.

단지 BC카드 조기예매 45%와 "한지상"이라는 배우에게 낚여서 예매한 작품.

처음부터 재관람 의사가 없기는 했지만 본 후에도 역시 재관람의 의사는 안 생겼다.

(한 번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작품이 엄청 후지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의 취향이 그렇다는 거니까...

실제로 옆에 앉은 사람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보더라.

여기 나오는 사람 전부 다 불쌍하다고...

그건 맞는 말이다.

개인적으론 열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더 불쌍하긴 했지만.

 

뮤지컬이 노래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억나는 노래가 하나도 없다는면 좀 심각한 문제 아닌가???

광고에는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흡입력 있는 뮤지컬 넘버"라고 분명히 적혀있는데

그놈의 흡입력이 이상하게 나만 정확히 비켜갔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우리나라에서 과대평가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밋밋한 넘버들을 듣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장르는 다양하다.

그런데 그게 작품 속에서 동화되지 못하고 각자 따로 논다.

다양함을 가장한 평이함.

내가 느낌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의 넘버에 대한 정의다!

더 컨츄리틱하거나 더 흑인영가스럽거나...

이야기도, 넘버도 무지 산만하고 정신없다.

실화인데 전혀 실화처럼 느껴지지 않아 보면서 난감하고 민망했다.

기억에 남는 건 무대활용과 실제 보니와 클라이드의 모습을 담은 영상 정도!

 

엠뮤지컬아트는 이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연기자가 작품을 그나마 살렸다.

보니와 클라이드 아역 최민영, 문은수까지도 연기는 좋더라.

(문은수기 애어른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한지상 클라이드는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배역에 딱 어울렸고 연기도 아주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쥐어짜고 있다고 생각된건 왜였을까?

마초적인 분위기가 스칼렛 팜피넬과 살짝 겹쳐져서 그랬을나? 

연말까지 2작품이나 더 출연할 예정이라는데 너무 소모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좀 휴지기를 두던지, 아니면 180도 연기 변신을 하던지...)

안유진 보니는 연기도, 노래도 괜찮다.

한지상 클리아드와는 비교적 잘 어울리는데

키나 아기병사 박형식 클라이드와는 어떨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연상연하 커플 느낌아닐까? 리사도 물론 그렇고...)

벅 역의 김민종이 욕을 먹는 것 같던데 개인적으론 그가 나를 제일 많이 놀라게 했다. 

그래도 원조 한류스타이고 한때는 대한민국 최고의 비쥬얼을 자랑하던 그였는데

멋짐을 완벽히 포기하고 이렇게까지 찌찔한 캐릭터를 선보일 줄은 정말 몰랐다.

말가지 더듬으면서 어쩜 그리 찌질하던지...

노래를 못하긴 했지만 이런 찌질한 캐릭터가 노래를 폼나게 잘부르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았을까?

이게 김민종의 선택인지 연출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자든 후자든 배우로써 김민종에게 박수를 보낸다.

두 경우 모두 김민종이 "찌짤함"에 동의했다는 의미니까.

(황태자 임태경이 김민종 벅을 꼭 좀 봤으면 좋겠다.

  배우란 때때로 "멋짐"을 포기하고 무대 위에서 기꺼이 망가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알 수 있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무대에, 배우에 참 관대하다는...

커튼콜에 일어서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충격받았다.

전혀 기립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는데...

다들 조건반사였나???

지금 생각해봐도 그 정도의 기립을 받을 작품은 아니었는데...

이것 참 미스터리다!

 

* 사실 이 시간에 내 상황이 뭔가를 볼 수 있는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

   버겁고 복잡하고 힘든 상황에 숨이 막혔었다.

   현실에서 벗어나서 달아나고 싶었다.

   어쩌면 보니와 클라이드보다 내가 더 간절했는지도...

   <보니앤클라이드>는 어쩌다보니 내 한숨의 희생물이 되버렸다.

   그래서 조금 미안은 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