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8. 4. 08:21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고통과 아픔이 필요했다.

그것도 서서히 스며들다 느닷없이 파고드는 묵직한 통증이...

그리고 가슴을 피빛으로 물들이는 지독한 아픔과 간절함까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드라큘라>를 보기 위해 지난 토요일 저녁 예당을 찾았다.

두번째 관람으로 완벽한 반전을 선사한 <드라큘라>는 결국 내게 드라마틱한 "갈증"과 "열망"이 되버렸다.

또 다시 원칙과 결심은 무너졌다.

(류배우는 매번 거침없이 내 결심을 흔들다.)

류정한이 만들어낸 드라큘라에는,

이제 막 시작되려는 새벽빛의 신비스러움과

함부러 다가설 수 없게 만드는 짙고 깊은 밤의 공포가 함께 공존한다.

집요하고 격정적이고 그리고 장엄하다.

이게 매혹일까? 환상일까? 진실일까?

지금 나는 그가 만든 환상 속에 매혹돼 이 모든 걸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건 아닐까?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소진되면서 스스로 채워내는 모습에 경악했는데

이 작품은 소진하고 소진하고 또 소진한다.

불멸이라 생각한 존재의 소멸(消滅)을 지켜보는 건 참 가혹하더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내 아픔이고 슬픔인데

그걸 매번 표현하고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무대 위에서 유난히 "죽음"과 가까운 배우이긴 하지만

죽음을 표현해야 하는 그가 지금처럼 안스러웠던 때가 없다.

배우로서 행복하기도 했겠지만 참 많이 힘들기도 했겠구나.....

마음 끝이 묵직하다.

 

류정한 드라큘라와 조정은 미나.

두 사람이 결국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 뜨렸다.

마치 드라큘라의 고성(古城)에 있는 조각상처럼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완벽하게 끌어안고 품는다.

"A perfect life"와 "Loving you keeps me"로 이어지는 장면은

말초적인 자극 없이도 보는 사람의 감각을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일깨울 수 있음을 증명한다.

서로를 향하는 눈빛과 소리만으로도 너무나 충분했다.

내것이지만 그 순간 심장과 두 눈을 제어하는 건 확실히 그 두 사람이었다.

고통과 아픔으로 일순간 온 몸이 정화되는 느낌.

그야말로 모든게 It's over다.

 

이럴 수도 있는거구나,.. 

한사코 끌어당기니 한없이 끌려가고

간곡하게 설득하니 또 다시 허물어지듯 설득당한다.

 

날마다 새롭고, 영원히 새롭다.

마치 드라큘라처럼...

 

* 처음 앉아본 1층 오른쪽 Box석은 내게 최고의 view를 선사했다.

   특히 드라큘라의 관을 정면으로 볼 수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아득해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나를 향해 웃어보이던 드라큘라의 희미한 미소.

   위로, 평온, 사랑, 속죄, 미안함, 안식, 절망...

   이 모든 감정이 그 미소 하나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 어쩌나...

   예정에 없는 발걸음은 나를 배반하고 또 다시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겠구나!

   봉인(封印)은...... 해제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