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8. 8. 07:54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또 다시 <Dracula>다.

평소 공연관람이 워낙 많다보니 좌석에 대한 욕심은 자연스럽게 버리게 됐다. 

공연 관람 하나로 파산을 자초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정말 좋은 작품, 정말 좋은 배우가 하는 공연은  딱 한 번 좋은 좌석에서 관람한다는 나름의 원칙은 있다.

(그게 매번 배우 류정한의 작품이긴 하지만...)

단 한 번 허락(?)된 좋은 좌석에서의 관람.

8월 7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무대가 앞으로 많이 나와서 그런지 예술의 전당 B블럭 4열에서의 관람은... 

배우의 표정과 감정을 아주 세밀하게 읽을 수 있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미 익숙한 이야기인데 마치 처음 보는 이야기처럼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만들만큼..

그리고 다섯번째 관람 중 처음으로,

"she"에서 눈물을 흘렀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장면은 내가 끔찍히 싫어하는 장면이다.

회상장면이라지만 앙상블의 움직임이 너무 산만하고 황당해서 차라리 영상으로 처리를 하지... 내내 그랬었다.

그런데 이날 류정한 드라큘라의 표정을 따라가면서 이 장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에 몰입하게 되더라.

"A perfect life"와 "Loving you keeps me"에서도 여지없이 무너졌지만

그 이후까지도 "She"에서 시작된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내내 먹먹했다.

 

류정한이란 배우.

예전엔 확실히 그랬다.

가끔씩 결정적인 넘버에서 결정적인 삑사리(?)를 내긴 헸지만 연기보다 노래가 훨씬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노래와 연기 모두 다 너무나 좋다.

매일 레전드를 갈아엎을 정도로...

게다가 요즘엔 삑사리를 들어본게 도대체 언젠가 싶을 만큼 넘버 소화력이 안정적이다.

매번 최상의 상태에서 최상의 소리로 무대에 선다.

딕션은 정말 누구 말처럼 결벽증이 느껴질 정도로 정확하다.

도대체 평소에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무대에서 매번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아마도 일상의 모든 것이 무대에 포커싱 되어 있지 않을까?

<프랑켄슈타인>에서 <드라큘라>로 이어지는 작품이 묘하게 배우 류정한이 아닌 인간 류정한을 걱정하게 만든다.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무대에 있어줘서 많은 이들이 행복하긴한데

매번 다른 삶을 온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그는 과연 어떨까?

폭풍같은 터널 끝에

류정한은 여러 의미로 다른 레벨의 배우가 됐다.

그 터널을 지나오면서...

스스로 포기하고 놓아버린 것들이 참 많았겠구나 싶어 진심으로 안스러웠다.

마치 드라큘라처럼...

 

류정한과 조정은의 조합을 보면서 언제나 매혹적이라 생각했는데

이날 두 배우의 표정과 연기에서는 "고혹"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건 관능을 뛰어넘는 묘한 신비함이었고 떨림이었다.

"Mina's seduction"에서 어제 처음으로 느껴졌던 드라큘라의 두려움.

어쩌면 드라큘라는 자신의 마지막을 이때 이미 선택했던 건 아닐까?

두 연인에게 허락된, 축복받지 못한 마지막 밤을

두 배우는 표정으로, 눈빛으로, 감정으로, 손끝으로 다 표현했다.

너무 아프고, 너무 간절해서 숨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Train Sequence"에서 서로를 보호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은 현실의 간절함 그대로였다.

또 다시 경계가 허물어지는구나..

그건 환(幻)이기도 하고 몽(夢)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 모든게 "눈빛" 때문이었을거다.

무대위에서 내내 마주한 배우 류정한의 그 눈빛.

한 번도, 잠시도 미나에게서 떠나지 못하던 드라큘라의 그 간절한 눈빛.

붉은 렌즈 속에 감춰진 그 눈빛에 나는 홀렸고, 멈췄고, 갇혔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

무슨 뜻인지 너무나 잘 알겠다.

완벽한 광(狂)의 세계.

충고하건데...

제정신으로 살고 싶다면 절대로 류정한의 작품에 빠지지 말라!

빠지지 않으려면 모든 호기심을 접고 우연이라도 보려 하지 말라!

잠깐이라도 보게 됐다면,

그랬다면...

빠져나오는건 애당초 깨끗이 포기하라.

 

"It's over"는 따위는

결코 오지 않는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