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2. 2. 07:37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티켓오픈과 함께 하얀 눈밭이 됐던 조승우 회차.

매번 참 끔찍할 정도로 피말리는 티켓팅이라 이젠 참전의 시도조차 안한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무모한 도전를 안하겠다 작정하니 오히려 티켓이 손에 들어오더라.

좌석도 2층 2번째라 나쁘지 않았다.

10주년 기념공연 첫공을 조승우가 열였는데 목소리가 많이 안좋았단다.

누군가는 10년의 세월이 조승우의 성대를 가져갔다는 말까지 하던데...

걱정이 되긴 했지만 모든 공연이 늘 레전드여야 하는것도 아니고,

그래도 지킬이고, 그래도 조승우인데

최악의 공연이라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거라고 혼자 생각했다.

이 작품은 한 회차 공연한다는건

배우에겐 엄청난 집중과 탈진을 요하는 일이다.

때론 너무 고행같아서 연기하는 배우가 안스러워 보일 때도 많다.

(배우는 전생의 업이라는데....)

 

보고 난 느낌은...

뮤지컬 배우로써 파워는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약해지긴 했더라.

때로는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고, 때로는 아주 익숙해서 노련함이 느껴졌다.

중요한건 어떤 상황이든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페이스 조절을 잘한다는거다.

그래서 명성때문에 엄청난 기대감을 품고 공연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많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무대도 너무 올드하고 화려한 의상이나 특수효과도 없어서

요근래 올라오는 공연에만 익숙한 관객들도 많이 밋밋하게 느껴지겠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 배우의 능력이 낫낫히 드러나는 작품도 없다.

그야말로 숨을 곳이라고는 전혀 없다.

이 작품이 갖는 매력이 바로 이거다.

어떤 상황이 됐든 일단 무대에 올라서면 정면승부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하고 싶다는 소망만으로는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최고도 바닥도 다 감수할 수 있어야 가능한 역할.

 

조승우의 목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연기적인 섬세함은 10년이라는 시간의 내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게임메이커답게 감정을 끌고가는 능력이 엄청났다.

심지어 함께 무대에 서있는 배우의 감정까지 자연스럽게 끌어내더라.

하이드일때조차도 묘한 여유가 느껴질 정도.

한때 조지킬, 류하이드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조승우도 지킬보다는 하이드가 더 좋았다.

(아마도 그의 나이듬과도 연관이 있을 듯...)

그리고 지킬과 하이드의 목소리는 오히려 다른 시즌때보다 극명함이 덜했는데

그게 영원히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동일한 영혼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그래선지 "confrontation"이 유난히 아프고 슬펐다 고통스러웠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사람.

너무 많이... 고통스러웠겠다.

 

이지혜 엠마는 부잣집 철없는 외동딸의 느낌이었고

린아 루시는 작고 가냘퍼서 품에 안아주고 싶은 애잔함이 있더라.

(지금까지 봐왔던 루시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고 그게 나는 너무 좋았다)

조연들의 연기는 조금 집중이 더 필요할 것 같고

하이드같은 스파이더와

너무 느끼한 목소리를 소유한 장례식장 신부님은 과함을 확 줄였으면 싶다.

이번은 10년 기념공연이라 올드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작품 전반적인 리모델링(?)도 시급한 상태.

무대도 그렇고, 의상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뭔가 새로운 피가 필요하긴 하다.

특히 무대와 소품들은 그대로 박물관에 기증해서 좋을 정도로 이미 골동품화 됐다.

무대에 돈을 쓴 흔적이 없으니 그 비싼 티켓값을 다 어디에 썼느냐는 원성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킬은 지킬이다.

무대는 쇠락했고, 스토리는 진부하고, 작품 전체에 올드함은 덕지덕지 묻어나지만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깊게 빠져들게 되는걸보니...

 

또 다시 절감하는 중이다.

첫정이라는게.

이렇게 무서운거구나...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