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4. 7. 20:1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드디어 <J & H> 10주년 서울 공연이 끝이 났다,

류정한이 아니었다면 막공을 챙겨볼 생각도 못했을텐데...


아직 지방 공연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로써 어찌됐든 5개월 간의 대장정이 끝이 났다.

이번 10주년 공연에서 류정한과 조승우 모두 200회 공연을,

어터슨 김봉환 배우는 900회라는 경의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박은태와 조강현 두 배우의 새로운 지킬도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조강현 지킬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날 공연을 보면서 2012년 2월 샤롯데에서의 마지막 <J & H >가 오버랩이 됐다.

그날 공연을 보고 그랬었다.

"완성'이라는 찬사보다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최고"였노라 고백하겠노라고,

지킬과 하이드라는 역할은 류정한이라는 배우에게 헌정하겠노라고,

그래서 이제부터 내 마음 속 지킬은 영원히 영구결번이 될 것이라고...

그런데 10주년이라는 타이틀 앞에 

영구결번은 마법처럼, 거짓말처럼 채워졌다.

오랫만에 다시 주인을 만난 배역은 정말이지 거칠 것이 없더라.


"축제"라는 말을 썼던가!

10주년 공연에 서면서 배우 류정한이 그랬다.

축제를 하는 마음으로 즐기겠노라고...

솔직히 처음엔 그 말 뜻이 이해가 안됐다.

"Transformation"과 "Alive", "Confrontation"에 "축제"라는 단어가 가당키나 하느냔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잘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잘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진실이더라.

심지어 배우 류정한은 하이드일때조차도 너무나 편안해졌다.

그런데 그 편안함 속에 묘한 떨림까지 담겨있다.

익숙함과 낯섬의 공존.

zero base!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Jekyll & Hyde>

너무 익숙해서 요즘에는 급기야 관람 중간에 토막잠을 자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날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This is the moment"를 들으면서는 너무 아파서 눈물을 평펑 흘렸고

"The way back"에서는 지킬과 함께 속수무책으로 절망했다.

두려움이 용기로, 용기가 확신으로, 확신이 절망으로, 절망이 파괴로 변해는 과정이

나는 왜 그렇게까지 실제적으로 느꼈을까?

어쩌면 극이 보여주지 않은 그 다음 이야기들이 발목을 잡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지킬의 절규도 아팠지만

하이드의 절규가 너무나 많이 아프고 슬펐다.

(나란 인간이 하이드에 더 가까운 성향이기 때문인지도...)

하이드의 절규에 공감하는 순간 알았다.

아... 나는 평생 이 작품에서 자유롭지 못하겠구나...

좀처럼 끊어질 줄 모르는 박수와 환호속에서 

다시 또 길을 잃었다.


머무를 때는 현실이라도

떠나고나면 비현실이 되어야만 하는데 출구를 찾지 못하겠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하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