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3. 31. 07:5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작품 이제 원도 없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또 다시 보게 되는걸 보면 

첫정이라는게 정말 무섭긴 무섭다.

이번 시즌도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고 그전에 3층에서 세 명의 지킬을 한 번씩 더 보자 결정했다.

일종의 고별의식이라고 해두자.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제일 안타까웠던건,

조승우의 목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넘버에서는 포텐이 터지는걸 제대로 못봤다는 거다.

(연기는 정말 좋은데...조승우도 나이를 들긴 들었나보다.)

3월 28일 토요일 낮공,

객석 분위가가 뭔가 좀 묘하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이날이 조승우 생일이었다고 하더라.

꼭 그것때문은 아니겠지만 이날의 공연은 이번 시즌 내가 본 <J & H> 중에서 단연코 best of best 였다.

1막 첫장면 "lost darkness"와 "I need to know"를 보면서

목이 여전히 안좋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연기가 너무 좋아서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주 오랫만에 조승우 지킬을 보는거긴 하지만 그동안 연기적인 부분에 변화가 많아졌더라.

지킬도 하이드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 시즌 <헤드윅> 처럼 배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특히나 하이드는 마치 자신의 일부처럼 어떠한 이질감없이 아주 편안하게 표현하더라.

게다가 하이드일때 길어진 호흡과 목안을 긁어대며 내는 소리는 예전보다 훨씬 더 괴기스럽고 섬득하게 다가왔다.

이사회 장면에서는 지킬의 절실함과 절박함이 최고조로 표현했다.

순간순간 휙휙 변하고 달라지는 눈빛들.

1막도, 2막도 모든 순간이... 지킬과 하이드가 수시로 벌이는 컨프론테이션이더라.

이사회 장면에서 무릎을 꿇은채 간청하고

약혼식장에서 엠마 곁을 떠나기 싫어서 버티다 어터슨에게 앙탈(?)을 부리고,

레드렛에서 화장실 가는 것 처럼 자리를 잠시 비우고

"The dangerous game"에서는 이상하게 연민이 가득했고

"confrontation"에서 침을 뱉어 깜짝 놀랐다.

앞선 공연에서 이런 행동들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표현들이 개인적으로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특히 "confrontation" 마지막에 하이드가 지킬을 향해 "네가 하~~~~이드!"라고 절규하는 장면은...

와, 이건 정말 끝이더라.

그야말로 'This is the moment" 가사처럼 

다 던지고 다 바치더라.

진심으로 멋졌다, 조승우!

개인적으로 confrontation은 류정한의 표현이 제일 좋았는데

조승우가 절대로 변치 않으라리 믿었던 그걸 뒤집어 버리더라.


스티븐 킹이 말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안에 또 다른 자기가 있다고.

그게 자신이 전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음모가일 수도, 교활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그렇다면 지금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는 아마도 하이드쪽에 더 가까운 모양이다.

지킬보다 하이드에 훨씬 더 기울어지는 걸 보니...

존재에 대한 완강한 부정과 거부,

그게 사람을 악(惡)하게 만든다..

악은...

만들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