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8. 24. 08:10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창용, 이훈진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박인배 (닥터 까라스코), 이영기 (신부) 외

 

돈키호테가 극 중에서 부르는 "impossible dream"은

정말 dream을 꿈꾸게 하는 넘버다.

<라만차>란 이름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이 노래가 줘던 감동과 가슴 먹먹함이라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될만큼 인상적이고 강렬했다.

김성기, 류정한, 조승우, 정성화에 이어

2012년 서범석, 황정민, 홍광호까지 참 많은 배우들이 이 강렬하고 몽상가적인 돈키호테를 연기했다.

분명 <지킬 앤 하이드> 만큼이나 매력적이고 탐이 나는 배역임에는 틀림없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돈키호테의 타이틀까지 거머 쥔 배우 홍광호!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언제쯤에 쉬겠다는 결심을 할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닥터 지바고>에 이어 <맨 오브 라만차>까지

쉼 없이 이어진 배우 홍광호의 여정이 관객 입장에서도 참 숨가쁘다.

최연소의 타이틀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면 이제 제발 조금 쉬었으면 좋겠다.

완숙하고 노련한 배우로 성장하기 전에 지쳐서 너무 노숙한 배우가 될까봐 걱정된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에 불과한데...)

 

홍광호의 세르반테스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어린 홍광호가 표현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하고 어설프다.

공연을 보면서 내내 영화 <은교>가 떠올랐다.

얼굴과 겉모습은 어떻게 분장과 카메라 기술, 연기로 그럴듯한 나이로 보이게 만든다해도

목소리에 담긴 젊은이의 음성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던 박해일의 적요.

영화를 보면서 답답하고 막막했던 심정이 홍광호의 돈키호테를 보면서 또 다시 찾아왔다.

아! 이 역할은 연기력과 성량으로만 할 수 있는 배역은 아니구나 절감했다.

서범석과 황정민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홍광호는 특히 대사할 때 나이들어 보이게 하려고 너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어차피 돈키호테도 세르반테스가 연기하는 극중 인물에 불과할 뿐인데...

그러다 보니 넘버가 두동강이 나버리고 만다.

처음 도입부는 노인의 음성으로, 그러다 클라이막스나 후반부에서는 홍광호 자신의 목소리로.

사실 좀 혼란스러웠다.

그냥 처음부터 세르반테스로 불렀다면

아마도 그의 장점이라는 "미친 가창력"을 속시원하게 만끽할 수도 있었을텐데...

정확하게 두 동강 나는 "impossible dream"을 들으면서

소리의 빈틈이 공간의 여백까지 막막하게 만들어서 참 안따까웠다.

물론 홍광호에게도 돈키호테 캐릭터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역할이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가 너무 욕심을 낸 것 같다.

한 10년 후에 이 역할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는 고 정주영 회장의 모습까지도 보여 본의 아니게 코믹요소까지 더해진다.

턱을 쭉 빼고 "운명이 이끄는데로~~~~", "주여~~!"를 연발할 때마다 나는 사실 많이 난감했다.

"ㅏ"를 "ㅓ"나 "ㅡ"로 발음한 것도 의도적인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홍광호는 아마도 돈키호테라는 인물에 너무 많이 집중하고 고민한 모양이다.

세르반테스가 연기하는 돈키호테가 아닌 홍광호가 연기하는 돈키호테 말이다.

그래도 이번 작품에서는 CCM 풍으로 부르지 않아서 그 점은 개인적으로 좋았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라는 작품을 출판했을 때 나이가 58세였다.

세르반테스의 일생과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작품의 무게는

개인적으로 코믹이 아니라 풍자, 위트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맨 오브 라만차"는 조금 안타깝다.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던 영주님도 그렇고 돈키호테도 그렇고 너무 과하게 코믹하다.

(특히 홍광호가 연기하는 돈키호테는 코믹의 정도가 더 쎄다)

그래서 닥터 카라스코와 노새끌이 사내들이 진중하고 심지어 비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쓰면서도 나 역시 참 난감히다...) 

아마도 이번 관람이 이번 시즌 <맨 오브 라만차>의 마지막 관람이 되겠지만

(50% 파격 할인이 아니라면 다시 찾게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박인배 조정은, 두 배우의 새로운 발견은 꽤 알찼고 괜찮았다.

조정은의 다음 작품 <레미제라블> 판틴도 참 궁금해졌고

그리고 박인배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이창용 산초도 의외로 귀엽고 괜찮았다.

산초의 터줏대감이라고 할만한 이훈진과는 확실히 다른 표현이었고

(개인적으론 참 지적이고 똑똑한 산초라고 생각했다)

특히 액팅과 표정이 참 좋았다.

 

그나저나 <레미제라블>의 캐스팅은 참 의외다.

(정성화 - 장발장, 문종원 - 자베르, 조정은 - 판틴, 이주스 - 고제트, 김우형 - 앙졸라 ...)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주연부터 앙상블까지 원캐스팅으로 공연된단다.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전원이 직접 한국에 내한할 예정이라니 기대가 된다.

그런데 참...

배우들이 너무 젊다.

그래서 솔직히 걱정된다.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달 수 없다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멍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