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5. 11. 08:24

 

<Phantom>

 

일시 : 2015.04.28. ~ 2015.07.26.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가스통 르루와 <오페라의 유령>

극작 : 아서 코핏 (Arthur Lee Kopit)

작곡 : 모리 예스톤 (Maury Yeston)

편곡 : 킴 샤른베르크 (Kim Sharnberg)

안무 : 제이미 맥다니엘 (Jayme McDaniel)

연출 : 로커트 요한슨 (Robert Johanso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박효신, 카이 (팬텀) / 임선혜, 임혜영, 김순영 (크리스틴)

        신영숙, 홍륜희 (마담 카를로타) / 박철호, 이정렬 (제라르 카리에르)

        에녹, 강성욱 (필립) / 김주원, 황혜민, 최예원 (벨라도바)

        윤전일, 알렉스 (젊은 제라르), 이상준 (무슈 숄레) 외

제작 : EMK

 

뮤지컬 <팬텀> 두번째 관람.

다행이다.

첫번째 관람보다 확실히 좋은 느낌이다.

다른 모든걸 제쳐놓고서 팬텀 류정한의 연기는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얼굴이 가면으로 가려져 표정을 보여줄 수 없어

손끝이나 몸의 움직임, 미묘한 말투의 변화를 가지고 감정을 표현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 섬세하고 세련되서 표정이 보여주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걸 감각하게 만든다.

신비롭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요즘은 공연볼때 좌석에 대한 욕심을 다 버렸는데

극대화된 섬세함이 자꾸 앞자리에 대한 욕심을 부른다.

(하지만 내 손은 언제나 느림보라서...)

 

류정한이 보여주는 팬텀은 모성(母性)에 대한 그리움이 극대화된 팬텀이다.

그래서 말투나  동작에서도 엄마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의 느낌이 강하다.

물론 후반부에서 드라마틱하게 부성(夫性)을 회복하고 화해하게는 되지만

그전까지 류팬텀의 세계에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모성이자 부성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회복된 부성조차도

어머니의 부재를, 그리고 나아가서는 크리스틴의 부재를 대체하는 모성의 변주라 하겠다.

(크리스틴 또한 모성의 또 다른 변주이고...)

류정한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대사할 때와 노래할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사할 때는 게이스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여성성을 강조했고

넘버를 부를 때는 세련되고 귀족적인 남성성이 강조된다.

그래서 류정한 팬텀은

음악 안에서만 완벽한 남성성을 획득하고

음악 안에서만 자신을 유일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게 나는 참 아프더라.

그리고 그걸 표현해내는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참 대단하더라.

 

김순영 크리스틴은 대사와 노래할때 목소리톤이 차이가 안느껴저 좋았지만

연기적인 부분은 임선혜 크리스틴이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

비스트로는 고음의 소프라노 기교가 너무 화려해서 자만심같은게 살짝 느껴졌다.

뭐랄까, 자기 스스로 노래를 잘 한다는걸 너무나 잘 아는,

그래서 표정까지도 이미 자신만만한 크리스틴이었다.

'어때? 다들 놀라 자빠지겟지?' 하는 느낌!

에녹 필립은 강성욱에 비해 노래와 연기가 아주 안정적이었고

(역시나 살짝 바람둥이 느낌이 강한건 어쩔 수 없고....)

제라르는 확실히 박철호보다는 이정열 배우가 훨씬 좋더라.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은 아직까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스토리도, 넘버도, 인물들도, 심지어 무대도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류정한의 노래와 연기, 발레장면만큼은 확실히 상상 이상의 감동이 있다.

이 작품이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현재까지는 이 둘 때문이다.

여기에 이정열 제라르까지 가세한다면 더 좋겠는데

문제는 내가 원하는 환상의 캐스팅(류정한, 임선혜, 이정열, 신영숙)이 없다는거.

이게 세번째 관람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는걸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