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7. 1. 09:00

북적이는 사람을 싫어하는 내가 유로 자전거나라의 가우디 전용버스 투어를 선택했던건,

티비다보 언덕이 포함되어 있어서였다.

Tibidabo는 라틴어로 "내가 너에게 주겠다"라는 뜻이다.

오랜 금식 기도를 끝낸 예수 앞에 사탄이 나타나 말한다.

"네가 나에게 절을 하면 이 세상을 너에게 주겠다!"

예수의 대답은,

"사탄아, 물러가라!"

그러나 지금은 단어가 담고 있는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바르셀로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서의 기능이 더 큰 것 같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는 수월치 않는 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는 길.

파란 하늘도, 햐얀 구름도, 그리고 길도 아름다웠던 곳.

그러다 눈 앞에 펼쳐진 사그랏 코르 성당(Temple Del Sagrat Cor)의 뒷통수를 보는 순간, 

그대로 몽환 속으로 던저졌다.

뒷모습만으로도 이렇게 사람을 압도해버리다니!

사탄은...

아무래도 물러가야만 했겠다.

 

 

사그랏 코르 성당의 예수상은

브라질 라우데자네이루의 "꼬르꼬바도" 그리스도상을 떠올리게 한다.

두 팔을 활짝 벌린 형상은

세상 어떤 것이라도 기꺼이 다 품어줄 것만 같다.

아니면 이제 막 세상을 향해 축복을 내리는 것 같은 모습.

원래 이곳은 개신교 교회와 호텔 카지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는데

19세기 후반 카톨릭교회가 사들어 작은 수도원을 지었단다.

그러다 1902년부터 개축을 시작해 1964년에 완공해 예수님의 "성스러운 심장"에 봉헌됐다.

"Cor"는 그러니까 "심장"이라는 뜻.

성당 내부는 외부의 웅장함과 달리 소박하고 고요했다.

마치 심장 속처럼...

 

 

성당 내부에 있는 유료 엘리베이터를 타면 

저 위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데 

break time인지 아무도 없어 다시 되짚어 나왔다.

밖으로 나와 성당을 마주하고 하늘을 봤는데

거짓말처럼 예수님 머리위로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갔다.

두 줄기 하늘 길을 만들며 fade out되는 비행기.

사진을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내 눈 앞에 행운의 표식이 보여진거라고...

 

사그랏 코르 성당 바로 앞에는 조그만 놀이공원이 하나 있다.

이곳이 바로 스페인에서는 가장 오래됐고, 유럽에선 두번째로 오래된 놀이공원이다.

성당 앞에 색색의 대관람자???

처음엔 불협화음처럼 보였는데

누구라도 어린아이의 마음이 아니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성경구절을 떠올리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걸 염두고 두고 만든건 물론 아니다!)

하늘을 찌를듯 뾰쪽하게 서있는 조형물은 콜세로라탑(Torre de Collserola)이다.

이 탑의 실제 용도는 송출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원활한 방송을 위해 만들었단다.

이왕에 만드는거 건축의 도시 바르셀로나답게 조금 더 조형미에 썼더라면 좋았을텐데....

티비다보에서 내려다 보는 바르셀로나는

계획도시답게 바둑판 모양이 선명하다.

저 멀리 토레 아그바르(Torre Agbar)도 보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는건 일종의 권력욕이라고...

발 아래 세상을  보면서

나 역시도 사탄이 되고 싶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확실히!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