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4. 30. 08:19

나스르 궁전과 헤네랄리페 가는 길목에 자리한 파르탈 정원 (Jadines de Partal).

이곳은 대칭을 이루는 아치형 구조로

이슬람 시대 유세프 3세의 궁전과 귀족들의 저택이 자리했던 곳이었다.

귀부인의 탑(Torre de las Camas) 발코니에 내려다보면

아랍인 거주지 알비아신 지구와

집시들의 거주지 시크로몬테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시크로몬테의 하얀색 동굴집 쿠에바(cueva)는

마치 보송보송한 눈이 포근하게 쌓여있는 느낌.

다정하고 살갑운 풍경이 조근조근 말을 걸어 온다.

알함브라는...

속삭이듯 걷기에 정말 좋은 곳.

날이 살짝 흐린 날은 더욱 더.

 

 

 

 

잘 다듬어진 나무들 사이로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서로 눈길이 부딪칠 때마다 수줍은 미소는 건넌다.

경사진 수로를 따라 눈길을 옮기고

또 다시 만나는 눈빛들. 눈빛들. 눈빛들...

파르탈 정원에서는,

눈(目)이 꼭 눈(雪)처럼 내린다.

 

경사면을 정확하게 계산해서 만든 계단 가운데를 뚫고

압력를 조절해 물을 가둬두는 이슬람의 물 저장방식은

금단의 열매같은 신비일 뿐이다.

저 멀리 시에라네바다 설산의 물이

시간과 공간을 관통해 지금 여기, 내 눈 앞에 흐른다.

버려진건, 지워진건, 사라진건, 잊혀진건,

아무것도 없다.

 

 

 

파르탈에서 헤네랄리페로 이어지는 길은

하늘 향해 손뻗은 커다란 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이런 나무들, 이런 길들...

천국이 진짜 있다면,

그곳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꼭 여기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 절실해졌다.

정말 그렇다면 

천국이란 곳을 가기 위해

선한 삶을 살겠노라 작정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천국이 있다면,

그렇다면,

어쩌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