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구나!
혼자 듣는 빗소리.
자장자장 나를 재워주는 자장가같고
토닥토닥 위로하는 다정한 손길같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꼭 그렇게 내리는 비.
어릴 때,
나는 비만 오면 우산없이 나가는 아이였다.
(춰낙 대식구라 멀쩡한 우산도 많지 않았지만 ^^)
비가 만들어낸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걷는게 참 좋았다.
그건 아무도 밟지 않는 처녀지의 눈길 위를 걷는 것과 흡사한 설렘이었다.
아마 그ㅐ 내 발에 튕겨나가는 빗방울들에 상쾌함과 통쾌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그러고 싶을 때가 있지만
아이의 천진함이 아닌 광기로 보일까봐 차마 못해보고 있다.
대신 비내리는 저녁 혼자 자전거를 탔다.
월드컵경기장에서 동작대교를 왕복하는 제법 먼 거리를 달리면서
상쾌하고 통쾌했다.
갑자기 후두둑 내리치는 빗방울을 그대로 뚫고 패달을 밟으니
어딘지 내 몸의 일부분들이 툭툭 떨어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늦은 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내처 끝없이 패달을 밟고 있었을거다.
그순간 나는 어쩌면 카프카의 <변신>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커다란 벌레라고...
자전거를 탄다는 건,
참 좋다.
단순하고 정직하고 또 친절하다.
패달을 돌리는 단순한 힘으로 모든게 조절되는 아주 정직한 동력과 속도.
잠깐동안 패달을 멈춰도 그때까지의 추진력으로 한동안은 앞으로 전진하는 덤같은 거리까지.
주고 받는 탄력의 경계가 어찌 그리 정직하고 솔직한지...
짧은 시간이지만 그 정직한 힘에 흠뻑 빠졌다.
그렇다고 동호회에 가입하는 일도,
장거리 주행에 필요한 장비 일습을 장만하는 일도 물론 없겠지만
한동안은 이 정직한 동력에 많이 의지하게 될 것 같다.
정직함은 착함보다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