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좋은 Oia는 의외로 사진을 찍기가 버거운 곳이다.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도, 뒤로 세우기도 어딘지 어쩡쩡하고
실제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면 내가 본 색감과 달라 보여 당황하게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없이 찍어대는 나 같은 초보자에게도
기꺼이 훌륭한 피사체가 되어줄만큼 Oia는 넉넉하다.
사진은 skill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렌즈 속 Oia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
Oia를 처음 찾아 갔을 땐,
낯선 시선을 기꺼이 받아주고 웃어주는 모습이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꾸며진 친절과 소위 말하는 영혼없는 미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아마 그 햇빛이 나를 녹여버렸나보다.
그 햇빛은 아주 농염하고, 아주 은밀하고, 아주 끈질겼으며
심지어 아주 해맑고 경쾌하기까지 했다.
그래선지 두번째 Oia를 찾아갔을 때 나는 좀 달라져 있엇따.
나도 모르게 Oia의 구석구석 골목이 보여주는 속살을 즐겼고
상인들의 거품기 가득한 미소에 손을 흔들며 미소지었다.
그렇게 풀어지니 참 편안했다.
시선과 마음을 놓아버리니 찬란함이 보이더라.
바다 속의 햇빛이,
햇빛 속의 바다가 보이더라.
바람의 흔적까지도...
햇빛과 정면 대결하고 있는 Oia의 바다는
온통 먹빛이다.
극과 극이 보여주는 대비.
아마도 그 대비를 보기 위해 나는 다시 산토리니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산토리니를 다시 갈 일이 있을까 내내 생각했는데
이게 아마도 다시 갈 수 있는 이유가 충분히 되줄 것 같다.
단지 바라는 게 있다면,
산토리니를 두번째 찾을 때는 꼭 혼자이길...
외로움!
그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더 위험하고 위태로운 게 있다면.
그리움!
언제나 항상 그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