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1. 20. 08:37

<푸른 눈 박연 - 하멜표류기>

일시 : 2013.11.10.~ 2013.11.17.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극본, 작사 : 김효진

작곡 : 김경육

연출 : 이란영

출연 : 김수용, 이시후 (박연), 김혜원(연리), 박영수(덕구) 외

제작 : 서울예술단 

 

개인적으로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시리즈를 너무나 좋아한다.

서울예술단은 올 해만도 <윤동주 달을 쏘다>와 <잃어버린 얼굴>에 이 세번째 작품<푸른 눈 박연>까지 참 쉼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잃어버린 얼굴>은 여행과 겹쳐지면서 관람을 못해서 내내 아쉬워하면서 지금 열심히 재공연 되기만을 기다리 중인데... 기약이 없다!

성남 아트센터...

서울예술단 공연이 아니라면 결코 거기까지 가진 않았을거다.

제발 부탁인데 서울예술단은 공연 기간 좀 길게 해줬으면 좋겠다.

서울예술단 공연에 기갈들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러다 시위라도 할 판이다.

 

<푸른 눈 박연>

조선시대 최초 귀화 서양인 "얀 얀스 벨테브레(Jan Jans Weltevree)" 이야기.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이었고

영화 <월컴 투 동막골>과 뮤지컬 <쌍화별곡> 떠올리며 엄마미소를 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스토리 자체는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지만

(너무 뻔한 이야기라서...)

장면 전환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춤은 역시나 서울예술단 가무극 시리즈답게 좋았다.

<바람의 나라>같은 웅장한 임펙트와

<윤동주 달을 쏘다>같은 비장미는 없었지만 "맑음"을 생각케하는 작품이다.

아주 성실하고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

서울예술단이라는 브랜드에는 솔직히 좀 못미치는 작품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의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일부러 이시후 박연으로 봤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윤동주 별을 쏘다>에서 발음의 기억때문에 살짝 망설이긴 했지만

작품과 배역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발음도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고 넘버소화력도 너무 좋아 솔직히 여러번 감탄했다.

주연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못알아볼 정도로 살이 너무 많이 빠졌던데 그만큼 이 작품에 모든 걸 던졌던 모양이다.

그의 엄청난 열정과 노력이 결국 단점을 장점으로 일으켜 세운 셈이다.

확실히 서울예술단의 F4들은(이시후,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뭘 하든 인정을 받을 수밖에 없겠다.

게다가 이시후는 오랫동안 무용을 해서인지 몸의 움직임과 선의 흐름이 정말 너무나 좋다.

이건 배우로서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 될테고 여기에 연기력까지 믿을 수 있게 됐으니

조만간 다른 단원들처럼 외부작품 러브콜이 오지 않을까 싶다.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한 금은동(최정수, 김도빈, 조풍래)은 극의 양념같은 존재들이었고

덕구 박영수는 칭찬을 안 할려야 도저히 안 할 수 없다.

그의 덤블링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바람의 나라> 괴유가 또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

몸이 어찌나 가볍던지...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엽고 순수한 바보라면.

정말이지 평생 감자만 먹고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겠다.

박영수는 대사톤도 노래부를 때 톤도 너무나 좋다.

(이런 목소리는 보험들어서 보호해야 하는데...)

아주 진지하고 그리고 똑똑한 배우.

주조연을 막론하고 작품 속에서 자신의 포지셔닝을 귀신같이 잘 찾아내는 배우다.

fade in, fade out 에 정말 능해서 이 녀석이 나오는 작품을 볼 때마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든다.

(아마도 이 녀석 때문에 "요셉어메이징"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뭔가 큰 걸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어쩌면 기대보다 못한 작품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눈과 마음이 오래 머무는 참 고운 작품이었다.

늘 웅장하고 감동적이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

서정적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도 충분히 의미있고 가치있다.

<푸른 눈 박연>이 딱 그랬다.

처음엔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가 좀 조잡하고 휑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야기와 배우들에 빠져서 보다보니 그것도 또 의외의 소박함이 있더라.

풍속화를 보는 듯한 친슥함도 느껴지고...

넘버들은 전체적으로 아주 좋았고,

음악과 춤이 약간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음악은 장중한데 춤이 가볍거나 혹은 그 반대)

그래도 서울예술단의 군무는 확실히 기대치를 갖고 보게 된다.

흥겨운 놀이판 같은 장면도 항상 들어가고...

서울예술단 공연에서 군무가 돋보이는 이유는

오랫동안 함께 손과 발을 맞춰온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결속력과 끌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적인 소재를 찾아내 새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저력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고!

서울예술단은 정말이지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게 만든다.

아무래도 조만간 유료회원에 가입하게 될 것 같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조용하게 위대한 도깨비들을 어이 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