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5. 21. 09:13

<바람의 나라-무휼>

일시 : 2014.05.11. ~ 2014.05.2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대본 : 김진 "바람의 나라"

연출 : 이지나

안무 : 안애순

작, 편곡 : 이시우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고영빈 (무휼), 지오 (호동) / 최정수, 이시후 (해명)

        박영수, 조풍래 (괴유), 고미경 (혜압), 김건혜 (이지)

        유경아 (연), 김백현 (마로) 외 서울예술단 단원

주최 : (재)서울예술단

 

개막 첫공연을 보고 일주일이 지나 다시 한 번 <바람의 나라>를 봤다.

결론은...

역시나 좋다! 그것도 너무나...

역시 <바람의 나라>고, 역시 "서울예술단"이다.

이 작품을 위해서라도 서울예술단은 내내 존속해야만 하겠다.

"감동"이라는 표현도 진부하고

대단하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솔직히 나는 연출가 이지나도, 배우 고영빈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라면  무조건적인 신뢰와 열광을 기꺼이 바치련다.

고영빈이 이번이 마지막 무휼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는데 결사 반대, 절대 반대다!

이지나 연출도 무슨 소리냐며 그랬단다

몸관리 잘해서 50대에도 계속 무휼을 하라고...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고영빈은"무휼'이라는 역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놓고 싶다고 해서 쉽게 놓을 수 없다.

그에겐 무휼에 대한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고영빈만큼 "무휼"을 표현해낼 있는 배우는 결코 없을테니까!

(내가 배우 고영빈을 극찬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2막 고영빈 무휼의 독무를 보고있으면

미친듯이 빠져들면서도 순간순간 경의롭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눈빛과 움직임, 그 섬세한 동작 하나하하나에 고독한 왕의 위엄이 느껴진다.

입으로 표현되는 대사나 노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무휼의 몸이 말해준다.

우아함과 위엄, 단단함고 고통,

이 모든게 절제된 몸의 표현 속에 다 들어있다.

진심으로 소름... 돋았다.

어떤 찬사도 고영빈 무휼에겐 너무나 부족하다.

 

일주일 전 첫공과는 정말 몰라볼 정도로 너무나 좋아져서 반가웠다.

이번에 다시 보니 과거 세 번의 공연보다 더 서정적이고 정적인 표현이 많았던 것 같다.

가령 이시후 해명의 경우,

김법래나 홍경수 해명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그게 이시후 배우가 해명을 이해하고 해석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홀로 조용히 모든 걸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해명.

그래서 이시후 해명의 동작 하나하나가 그렇게까지 고적하고 적막했구나...

스스로를 묻어버린 사람의 죽음.

그걸 이해하니 해명이 참 많이 아프더라.

 

첫공과 머리모양의 달라진 괴유 박영수도 몸이 완전히 회복됐는지

전쟁신에서 그야말로 펄펄 날아올랐다.

더 단단해지고 강해진 표현에

초연의 김영철 괴유까지 떠오르더라.

(너무나 궁금하고 아쉬운 김영필 배우... 그의 괴유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어렵겠지!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낸 모든 스탭들과

고영빈과 함께 두번째 공연에서 괴유를 했던 배극 금승훈,

고영빈 무휼처럼 네번 공연 내내 마로를 했던 김백현,

해암 고미경과 연비 박석용을 비롯한 서울예술단 모든 배우들 때문에

또 다시 이 작품을 내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언제 무휼의 바람이 돌아오려나!

이번에도 4년만에 부는 바람이었는데 또 4년을 기다려야 하는건 아닐까?

결코 비켜가지 않는 운명같은,

바람의 나라!

 

가야 할 곳은...

부도다.

 

 

사람들이 정해진 길로 가네

그래도 꿔어야 하는 꿈

그래야 세상이 허무하지 않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