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3. 29. 07:59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6.03.20. ~ 2016.03.27.

장소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극작,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오상준

연출 : 권호성

출연 : 박영수(윤동주),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 하선진, 송문선(이선화)

제작 : (재)서울예술단

 

조카들과 함께 봤다.

말년 휴가 나온 조카녀석 때문에 원래 예매했던 좋은 좌석은 이 녀석에게 양보하고

토월극장 3층에 올라가서 봤다.

토월 3층은 처음 올라가봤는데 1열 난간의 시야방해가 2층보다 훨씬 심각하더라.

그리도 군무와 조명을 조망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주말 4회 공연의 시작이라 배우들의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겠다 생각했는데

"팔복(八福)"을 듣자마자 다른 생각 다 버리고 또 다시 몰입하게 되더라.

일단 무엇보다 조카들이 감동적으로 본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친숙한 윤동주의 시들을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인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개인적으론 2막 도입부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왼편으로는 윤동주가 책상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시를 쓰고 있고

무대 뒷편에는 "참회록'이 한줄씩 쓰여지는 장면.

첫공때는 오페라글라스로 윤동주의 표정을 보느라고 이 장면을 완벽히 놓쳤었다.

뭔가 이분되는 공간이 주는 서글픔이

그당시 지식인의 좌절과 아픔을 대변하는것 같아서 절절하게 다가왔다.

윤동주로 분한 박영수는,

아무래도 이 작품과 인물에 특별한 의무감 혹은 책임감이 가진 모양이다.

저러다 정말 기절이라도 하는건 아닐까 걱정될만큼 극강으로 감정을 이입시킨다.

덕분에 2막 후반부는 객석의 관객조차도 버겁고 무섭다.

폭풍같은 고요함이 휩쓸고 지나간다.

뜨거운 불길이 날카로운 얼음조각처럼 심장에 박혀온다.

또 다시 감당하기가... 힘들어지더라.

이번에도 역시 오래 삭힌 통증이 눈물로 흘러 나왔다.

배번 처음처럼 나를 무너지게 하는구나. 이 작품은...

조카들과 떨어져 관람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식민지시대를 산다는게 어떤 건지 나는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나라를 지배한 그 나라에서

유학생의 신분으로 버텨내는 고난 역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다.

어떤 절망적인 감정을 덧붙인데도 다 부질없는 미사여구일 뿐이다.

작품 속에서 윤동주는 함께 갇힌 송몽규에게 말한다.

"몽규아! 먹어야 한다. 먹고 버텨야 한다!"

나는 한 번이라도 그래 본 적이 있었나!

버티기위해 차갑게 식어버린 한 덩어리 차디 찬 밥을 씹어 삼킨 적이 있었나...

 

부끄러운 호사(好事)가 한 둘이 아니다.

살아있으면 살아야 하는건데...

잉여(剩餘)도 이런 잉여가 없고

부끄러움도 이런 부끄러움이 없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죽는 날까지...

부끄러움이 없기를...

한 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