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9. 3. 07:40

<슬픈 대호>

일시 : 2012.08.01. ~02.12.09.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대본 : 민복기

연출 : 민복기

출연 : 문천식(강대호), 이중옥(심대호), 공상아 (멀티)

제작 : (주)이다엔터테이먼트, 극단 차이무

 

극단 차이무와 이다엔터테이먼트기 합작으로 연극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것이 차이다"라는 이름으로 전부 3편의 연극이 올려진다.

그 첫번째 작품인 <슬픈 대호>

나머지 두 작품은 예전에 했었던 <거기>, <늙은 도둑 이야기>

세 편 모두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신작이 한 편이라도 있어줘서 다행이다.

"연극열전", "무대가 좋다"의 흥행에 자극을 받았는지 차이무와 이다가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시도한 건 참 고무적인 일이다. 

연극 <아트> 이후에 오랫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문천식이 사채에 시달리는 시계방 주인 강대호를,

극단 차이무의 이중옥이 대통령후보를 테러한 후 시계방 주인을 인질로 잡은 심대호 역으로 나온다.

다른 이유로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대호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참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차이무식 코메디와 풍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푸인긴 하지만

기존의 <늙은 도둑 이야기>와 내용이나 형식이 너무 유사해서 신선한 느낌은 거의 없다.

가끔은 차이무에 바라게 된다.

유쾌하고 즐거운 작품도 가끔 해주면 좋겠다고...

2006년 박근혜 테러 사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한민국의 고질병 사채문제.

거기다가 BBK나 4대강, 대국민 사과문, 독도방문 등 MB의 또라이행각을 수시로 비웃어주는 이 작품은

보면서 그냥 유쾌하고 재미있게 볼 수만은 도저히 없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가 못내 안스러워서...

특히나 차이무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당췌 희망을 꿈꾸기가 힘들다.

극의 대사처럼 세상은 점점 편해지고 살기 좋아지는데 왜 나는 더 살기가 힘들어질까...를

내내 우울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살다보면 다른 길도 보여야 하는데 일관성있게 한결같이 늘 외길만 보이는 삶.

타인의 삶을 침흘리며 부러워하기도 기운이 빠진다.

 

두 남자의 연기도 나쁘진 않았지만

특히 여러 배역을 정말 너무 완벽히 수행한 여배우 공상아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가히 여자 임기홍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문천식, 이중옥 두 배우는 그래도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연기를 하면 되지만

공상아 배우는 매번 다른 상황에 전혀 다른 배역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거라 만만찮았을 것 같다.

심지어 앵커로 등장할 때도 상황이 전부 다르던데 참 대단하더라..

관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상당하고...

정말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 천업(天業)이라는 게 이해가 된다.

인질과 인질범 전부 사살시키는 결말은 너무 허무해서 개인적으론 적쟎게 당황스러웠다.

좀 무책임한 결말 아닌가?

물론 이 작품의 결말 해피할수야 없겠지만 일종의 허무개그를 본 느낌이라 영 찜찜했다.

(강대호는 해피한 결말인건가? 자살이 아니니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

대본을 쓸 때 민복기는 어떤 생각을 했던걸까?

공연장을 나오면서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슬픈 대호> 때문에 좀 슬퍼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