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왜 시계가 없냐며 벽시계를 사주겠다고 언니가 말했다.
핸드폰으로 확인하면 되니까 필요없다고 말했다.
핸드폰이 없으면 어떻게 할거냐고 언니가 다시 물었다.
그렇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노라 말했다.
그런데 정말 올 초에 시계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5년 정도 사용한 핸드폰이 혼자서 On-Off를 넘나들 때.
모든걸 다 파는 가게에서 3000원을 주고 작은 탁상시계 하나를 샀다.
하지만 규칙적인 시계소리를 견디는건,
나로서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건전지가 들어있지 않아 구입할 때는 전혀 몰랐는데
조그만 놈이 소리가 어쩌면 그렇게 큰지!
소리가 싫어 TV도 없고, 한여름에도 좀처럼 창문을 열지 않는 나로서는
불쑥불쑥 끼어드는 이 녀석의 존재감 때문에 한동안 꽤 당혹스러웠다.
모든 물건에 마음이 있다면,
이 녀석은 내 집에 들어온게 불행이었겠다.
소리가 신경이 쓰여 수시로 건전지를 빼놨고,
그럴때 마다 다시 새롭게 시침과 분침을 맞춰야 했고,
몇 번씩 바닥에 떨어지기까지 했다.
핸드폰을 바뀐 이후에는 거의 천덕꾸러기가 되버렸고.
지금 그 탁상시계는
건전지가 들어있어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혹시나 싶어 새건전지를 끼워봤지만 상황은 똑같다.
이 녀석.
지금 내게 시위를 하고 있나보다.
왜 자신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느냐고.
왜 소리까지 수시로 거부했느냐고...
내게 와 제대로 쓰임 받지 못한 탁상시게의 불운,
그런데 나는,
"쓰임"이라는 말이 참 싫다.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쓰이는 존재가 되기를 꿈꾸지 않는다.
normal도 싫고 next to normal도 싫다.
아마도 탁상시계는,
저 상태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거다.
가고 싶을때 가고,
멈추고 싶을때 멈추고.
안 될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