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3. 11. 08:18

디즈니 만화영화 백설공주성의 실제 모델이라는 세고비아 알카사르.

그런 유명세 때문에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사실 이곳은 아사벨라 여왕의 즉위식과 펠리페 2세의 결혼식이 열린 역사적인 장소이다.

여러 왕들에 의해 몇 차례 증개축을 반복했고

1862년에는 화재로 불탄걸 복원해서 현재 성의 모습이 완성됐단다.

흐린 날씨탓인지 첫인상은 동화적이라기보다는

음산하고 비밀스런 느낌이 강했다.

백설공주보다는 독사과를 만든 새엄마의 느낌.

지금은 군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곳을 보기 위해

알카사르와 탑 모두를 둘러볼 수 있는 통합권(7유로)을 구입해 입구로 향했다.

왠지 난장이가 된 듯한 느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알카사르 내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건

커다란 창을 장식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성당처럼 머리를 한껏 젖혀 올려다보는게 아니라

내 눈높이로 내려와 있어줘서 그게 오히려 더 신기하더라.

색깔도 선명하고 심지어는 명암 표현까지 했다.

이걸 기계로 찍어냈을리는 없을테고...

사람 손만큼 위대한건 정말 없는 모양이다.

입구에는 실제 백설공주 만화에 나온 모습을 액자에 담아 그 유명세를 증명하고 있었고

철갑을 입은 기마상들 앞에선 잠깐 돈키호테를 impossible dream을 떠올렸다.

"그 꿈, 이룰 순 없어도... 싸움, 이길 순 없어도..."


탑으로 오르는 계단은 협소하고 계속 동그랗게 이어져 살짝 어지럼증이 일었다.

그래도 다행히 중간 중간 넓은 공간이 나타나 거기서 밖을 바라보는 재미가 꽤 솔솔했다.

(나는 왜 이렇게 한 눈 파는게 좋을까!)

탑 정상에서 올려다보는 세고비아 전경은

날씨가 한몫 하긴 했지만 평화롭고 차분하고 고즈넉했다.

꼭 옛날 영화처럼...

그래도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금방 색이 변하면서

눈 앞에 다채로운 파노라마가 끝없이 펼쳐졌다.



탑의 정상에서 바라본 베라 크루즈와 세고비아 대성당.

베라 크루즈는 너무 작은 성당이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곳이 템플 기사단의 정식 모임을 했다는 역사적인 장소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기론 전세계 유일한 12각형 성당.

(야닐 수도 있고...)

성당 내부는 입장료를 내면 둘러볼 수 있다는데

나는 그냥 먼 곳에서 바라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마치 전설이 되버린 원탁의 기사처럼 몰래 숨겨놓고 싶었다.


수직의 협곡 위에 세워진 알카사르.

탑 위에서 내려다본 높이은 까마득했다.

왕들은,

이 높은 곳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며 행복했을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저 협곡 아래로 가차없이 던져버리기도 했겠지?

지금 내가 이곳의 풍경에 감탄하고 있지만

그 옛날 누군가에겐 이곳이 죽음의 형장, 비극의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다.


보여지는게 전부는 결코 아니다.

보여지는 것만 봐서도 안되는 거고.

또 다시 절감하는 달의 저편.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