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4. 08:09

3박 4일 짧은 일정으로 일본 고베를 다녀왔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월요일 오후에 돌아왔으니 실질적으로 2박 3일 정도의 시간이었다.)

일정 자체도 짧았는데 고맙게도(?) 태풍까지 일본 본토를 강타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거센 비바람때문에 우산을 쓰는 게 무용지물이 될만큼 끔찍한 날씨였다.

덕분에 제대로 다녀온 곳이라고는 토요일에 다녀온 아라시야마가 전부.

그나마 이 곳도 빗방울이 떨어져 서둘러 돌아와야만 했다.

결국 계획했던 청수사, 금각사도 보지 못하고 조카랑 오목, 엉터리 바둑, 윷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아라시야마.

교토의 서쪽에 위치한 산인데 벚꽃이 필 때와 단풍이 들 때 장관을 이루는 곳이란다.

호츠강에 비치는 산 모습은 벚꽂과 단풍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운치와 여운이 있었다.

역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보트를 타고 호츠강 주변을 구경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튼튼한 다리로 걷는 걸 택했다.

날은 많이 흐렸지만 강 위에 비치는 주변의 모습을 보는 건 은은한 즐거움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도 은근했고...

아라시야마의 상징적인 구조물이 토게츠교(渡月橋)라는 다리인데

달을 건너는 다리라는 뜻이란다.

산 위에서 보면 다리 전체 모습이 반달 같이 보인다는 언니의 자상한 설명 ^^

(산 위에까지 올라가서 확인할 생각은 없어서 믿기로 했다)

예전에는 전부 목조 다리였다는데 지금은 부분적으로 콘크리트로 보수가 된 상태다.

그대로 유지 보수가 됐다면 장관이었겠지만

아무래도 그랬다면 건너가는 건 꿈도 못 꿨을테다.

다리를 건너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었다.

꽤 오랜 시간 둘러보면서 많이 놀랐던 건

쓰레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공공의식,

정말 대단하고 무섭다.

 

인력거로 관광객을 태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온 몸이 쌔까맣다.

시종일관 웃으면서 중간중간 인력거를 멈춰서 주변의 관광지를 설명해주는 모습도 이채롭다.

체구도 자그마한 사람들이 두 명의 사람을 태우고 뛰어다니는 게 또 마냥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다.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모습이 꼭 닌자 같다.

(남자들도 힘든 일일텐데 심지어 여자가 두 명을 태우고 달리는 모습도 봤다.)

내려오는 길에서 한 칸짜리 전차가 다니는 곳을 지나다가

족욕을 할 수 있는 온천이 있어 잠시 들렀다.

500앤의 입장료를 내면 작은 수건을 주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물어 들어가기 전에 발을 씼을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고

여자들을 위한 탈의 공간도 되어 있어 이색적이었다.

오랫동안 걸어서 발이 피로했었는데 잠시었지만 따뜻한 물 속에 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돌아오는 길 아라시야마 역사에 불이 들어왔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등이라 카메라에 담아봤다.

 

이 날은,

많이 걷기도 했지만 일본 전차도 참 많이 탔다.

왕복 6번을 갈아타면서 아라시야마를 다녀다.

우리나라 열차와 많이 달라서 그걸 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그런데 사람들 참 조용하더라.

신기하다.

일본 사람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