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3. 4. 22. 08:27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영등포구청 환승 통로에서 할아버지 한 분을 매일 뵜었다.

요즘 어르신들이 많이 하시는 지하철 신문을 수거하시는 할아버지셨다.

그런데 이분은 다른 분들과는 좀 다르신 게,

지하철을 타서 직접 수거를 하시는 게 아니라

한 곳에 서서 사람들이 건네주는 신문을 직접 받으셨다.

아마 꽤 오랫동안 그분을 뵜던 것 같다.

그런데 두어달 전부터 항상 같은 자리에 서계셨던 그 할아버지가 안 보이신다.

처음 얼마동안은 몸이 좀 안 좋으신가보다 생각했는데

기간이 길어지니 어쩐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아는 분은 무론 아니다.

스치듯 지나가긴 하지만 매일 뵙던 분인데 오랫동안 모습이 보이시지 않으니

어딘지 출근길이 공허해졌다.

그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신걸까?

괜찮으신걸까?

 .

어쩌다보니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이 습관처럼 굳어졌다.

그 길에 가장 많이 뵙게 되는 분들이

이렇게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다.

그분들은 대부분 바퀴달린 뭔가와 함께 다닌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곳저곳에서 폐지나 플라스틱, 깡통 등을 수거하신다.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하는 여름에도

매서운 칼바람에 절로 옷깃을 여미는 겨울에도

그분들의 손길과 발걸음은 늘 바쁘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참 면목없게도 아프다.

 

엄청난 복지국가를 꿈꾸는 건 결코 아니다.

(정말이지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래도...

어르신들이 매서운 찬바람 속을, 

쏟아지는 빗 속을 뚫고 홀로 길거리로 나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무너진 어깨와 굽은 허리를 뵙기가

정말이지 너무나 죄스럽다.

일부러 외면하는 것도, 다른 어떤 눈길을 보내는 것도

모두 다 죄스럽다.

 

어쩌면.. 어쩌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내 마음 편하려는 이기심의 일종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미래의 내 모습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참 옹졸하고 비겁하다.

아직 젊다는 것은!

나는 아직 정직하게 흔들릴 자신도

깨끗하게 상처받을 자신도 없는 모양이다.

 

나는 너무 멀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