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1. 30. 08:40

 

<살짝 넘어갔다 얻어맞았다>

 

일시 : 2015.11.05. ~ 2016.11.18.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츠치다 히데오 

번역 : 이홍이

각색 : 김은성

연출 : 김광보

출연 : 유연수, 김영민, 유병훈, 이석준, 유성주, 한동규, 이승주, 임철수

제작 : LG아트센터

 

작년<사회적 기둥>에 이어 올해 11월에도 김광보 연출과 LG 아트센터가 만났다.

그것도 드림팀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김광보 연출의 몹시도 아름다운 8명의 남자배우들과 함께.

(이 8명의 배우를 교차 캐스팅이 아니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것도 신비였다)

작품은,

재미있고 유쾌했지만

단지 유쾌함으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횔림과 쏠림이라는 인간의 본성과 그 이면을 유머러스하지만 정확하게 끄집어냈다.

누구 한 명 정상적인 인간도 없지만

누구 한 명 똑똑하지 않은 인간이 없다.

"편가르기"라는 인류의 위대한 대립구조는

모든 이유를 불문하는 막강하고 치열한 "파워게임"이다.

나는 그 사생결단이 순간순간 진저리치게 끔직하고 무서웠다.

단지 가상의 "선" 하나가 생겼을뿐인데

자연스럽게 이 편 저 편이 갈리고,

편이 갈리니 없던 분열도 생기고.

분열이 생기니 희생을 부르는 싸움이 벌어진다.

확실히 "쏠림"은 일종의 "광기"가 맞긴 맞더라.

 

개인적으론 스토리보다는

fade in, fade out 이 명확한 8명의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8명의 배우들 중 배역이 정해졌던 사람은 간수였던 유연수와 한동규 두 사람 뿐이었고

나머지 배역은 모든 배우들이 모든 역할을 리딩하면서 역할을 정했단다.

김영민은 내 안의 치졸함을 최대한 끌어냈다고 말했는데

그 뿐만 아니라 8명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치졸함은 누구 한 명 우열을 가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참 들 못났네, 못났어.... 그랬더랬다....)

김광보 연출의 전작 <나는 형제다>처럼 영화적인 뉘앙스가 풍긴것도 재미있었

무대와 조명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빨갛게 점등되는 좌우 출입 문 위의 불빛과

공중에 매달린 9개의 전등이 위태롭게 보였던건 비단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을거다.

균형감이 묘하게 기웃둥하던 무대도 극의 느낌과 잘 맞아떨어지더라.

 

권력의 줄다리기란 참 무섭다.

그게 교도소든, 직장이든, 학교든, 가정이든.

그리고 그 크기가 크든, 작든 간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구허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메아리처럼 들린다.

......선은 분명히 있었어. 내 마음 속에 있었어.

      지금도 있겠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