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18. 08:15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Tribes)

일시 : 2014.11.08. ~ 2014.12.14.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극작 : 니나 레인 (Nina Raine)

번역 : 이인수

연출 : 박정희

출연 : 남명렬(크리스토퍼), 남기애(베스), 김준원(다니엘)

        방진의(루스), 이재균(빌리), 정운선(실비아)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나는 정말이지 노네임씨어터 작품을 너무나 사랑한다.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도 너무나 탁월하고 연출가과 배우 캐스팅 역시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만큼 환상적이다.

매 작품마다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쥐고 있는 현실이라 감정적으로도 쉽게 동화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이 작품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역시도 그랬다.

가족...

그 가깝고도 먼 관계.

정말 그렇더라.

세상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가족이

사실은 세상 그 누구보다 일방적인 소통을 강요하더라.

그걸 사랑이라고, 관심이라고, 애정이라고 말하면서...

사람이 가장 외로워지는건

가족 안에서 혼자됨을 느끼는 그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발언은 마치 선사시대 원시인들이 질러대는 괴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도 듣지 않는다.

"이해" 보다는 내 입에서 나오는 "말" 자체가 행동의 전부다.

극 속에서 가족들이 실제로 하는 말과 자막에 비쳐치는 말이 갖는 괴리감이 절실했다.

이해될 수 없는 기호들의 끝없는 나열...

그게 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에 우리는 또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각자의 소리를 내고,

비소통으로 소통하지만 돌아온다.

왜냐하면 자기가 그 속에 속해 있으니까.

 

다니엘의 대사가 가슴에 꽃혔다.

"너 자신을 지키고 싶다면 거리를 둬!

 누군가에게 네 마음을 주면 그 사람을 그걸 버스에 두고 내려.그 다음엔 이리저리 밟히고 채이지"

그래서 광신도 집단처럼 폐쇄성에 기대 울타리를, 소속을, 공동체를 만들게되나?

옆에 빈의자 하나씩 남겨놓고!

소수의 세계도, 다수의 세계도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빈의자는 여전히 남아있으니까. 

 

빌리의 빈자리에,

다니엘의 빈자리에,

루스의 빈자리에,

크리스토퍼의 빈자리에,

베스의 빈자리에.

누군가 성큼성큼 다가와 앉아준다면 좋겠다.

그리고 나에게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