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6. 22. 08:41

 

<갈매기>

 

일시 : 2016.06.04. ~ 2016.06.29.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안톤 체흡

번역 : 오종우

연출 : 펠릭스 알렉사

출연 : 오영수, 이승철, 이혜영, 이창직, 이정미, 이명행, 박완규, 박지아, 황은후, 강주희, 김기수, 정찬호

제작 : (재)국립극단

 

2012년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이혜영이 출연한 <헤다 가블러>라는 연극을 봤었다.

그때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그녀의 온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너무 매혹적인 모습이라 연극이 끈난 후에도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녀가 <갈매기>의 아르까지나로 다시 무대에 선단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열일 재쳐놓고 이 작품을 볼 이유가 충분했다.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으론 "안톤 체흡"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 전체에 안개처럼 깔린 우울함도 그렇고

모호한 허무주의적인 결말도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한다.

특히 이 작품은 더 그렇다.

(하지만 안톤 체흡의 갈매기가 깃털같은 가벼워지는건 또 너무나 싫고!)

 

요즘 연극도 뮤지컬처럼 외국 연출가와의 협업이 꽤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 작품도 2014년 <리처드 2세>로 호평을 받았던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을 맡았다.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루마니아라도 그다지 밝은 성향은 아니라 혹시나 바닥을 뚫는 우울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상 작품은 내가 지금껏 본 <갈매기> 중에서 가장 가벼웠다.

그리고 균형감도 너무 많이 기우뚱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까지나(이혜영)에게 너무 포커싱이 됐더라.

그래서 뜨레플레프는 끝까지 철딱서니 없는 미숙한 아들이 되버렸고.

니나의 존재감도 종잇장처럼 한없이 얇야졌다. 

(연기가 좀... 그렇기도 했고)

압권은 중간중간 소린이 부른 기예란의 "백세인생"이었다.

그야말로 헐~~~~ 이다.

(이 노래를 왜 넣은거지? 웃자고? 헐....)

그 와중에 뜨리꼬린 이명행의 연기는 참 좋았거...

(아르까지나가 밀어서 짐더미 위에 넘어지는 슬램스틱은 빼고...)

예상을 전혀 못했는데 

전체적으로 극이 너무 가벼웠고 당황스러웠고

니나와 뜰레플레프가 배경이 되버려서 놀라웠다.

게다가 무대도, 영상도, 무대 효과도 여러모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까지나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혜영이 전부인 <갈매기>였다.

그래서 균형감이 무너진,

낯설어도 한참 낮선 안톤 채흡의 <갈매기>였다.

 

It's over!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