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11. 4. 08:16

<늘근 도둑 이야기>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 극장)
일시 : 2011.02.11 ~2.11.12.31.
출연 : 이대연, 김승욱, 김학선, 이성민, 오용, 박원상 ....
제작 : 극단 차이무
극본 : 이상우
연출 : 민복기

1989년 강신일, 문성근의 초연 이후
국내에 연기 잘 한다는 명배우들(명계남, 박광정, 유오성, 박철민, 정은표...)이 거의 거쳐간 작품이 바로 "늘근 도둑 이야기"다.
벌써 20년도 훌쩍 지난 창작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학로에서 살아 있다는 건,
확실히 뭔가가 있다는 의미리다.
이날 출연 배우는 더 늘근 도둑에 김학선, 덜 늘근 도둑에 오용, 1인다역에 서동갑 배우였다.

얼마전까지는 배우 김뢰하가 덜 늘근 도둑으로 출연해서 화재가 되기도 했다.
지금 출연진들도 소위 말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명품조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연극배우 오용.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 연기는 정말 오남용이 없다.
연극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절대적인 인정과 지지를 받는 배우!
소박하고 진실되고 그리고 최선을 다해 배역을 표현하고 몰입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랫만에 오용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만나서
어이없이 향수 비슷한 것에 잠기고 말았다.


이야기는 결말이 좀 황당하긴 하지만 유쾌하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사실 난 뭔가 더 있을거라 생각하고 암전 후 기다렸다. 그런데 매정하게 그냥 끝나더라)
난데없이 관람객이 단체로 명화가 되는 즐거움도 괜찮더라.
맨 앞에 앉았던 탓에 취객의 고성방가를 바로 앞에서 들었다.
천상 배우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관객 바로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얼큰하게 취한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내가 민망해 멀뚱해지더라.
대통령 취임 특사로 사흘 전에 풀려난 두 늙은 도둑!
마지막으로 한탕을 하고 깨끗이 손을 씻으려고 들어간 곳이 "그분"의 개인 미술관!
순간 리움박물관이 생각난 건 어쩔수 없더라.
명화라는 게 비자금 조성에 얼마나 혁혁함 공을 세우는지는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테고...
어찌됐든 착하고 순진한 우리의 늙은 도둑님들께선 당연히 잡히신다.
급기야 수사를 받는 중에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횡설수설하다 간첩으로 몰리기도 한다.
연극에 나오는 "그분"이 정치쪽인지, 경제쪽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극의 흐름상 정치쪽으로 상당히 많이 기울긴 하지만  구린 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오십보백보!)
좀 과장된 내용들도 물론 많이 있고 뒷북스런 대사도 있지만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때문에 그닥 눈에 거슬리진 않는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살벌하게 실날했으면 좋겠다는 거.
무지랭이 좀도둑이 알면 얼마나 알겠냐 싶겠지만
의외로 현실과 시세에 밝은 직업(?)이 택시기사와 좀도둑 아닌가?
요즘은 "나꼼수" 때문에 유머러스하면서도 뼈가 있는 실랄함을 자주 접하게되는데
나중에 이 무대에서도 이런 실랄함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젠 그래도 되지 않나?
"나꼼수' 콘서트에 등장한 MB 동상 사진을 보고 정말 빵 터졌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대단하고 순결하셔서 동상 세워주고 싶다더니
정말 입구에 제법 큰 동상을 떡하니 세울줄이야...

그냥, 뭐.
이 연극을 보면서 "나꼼수"와 "닥치고 정치", "대한민국 CEO MB"가 자연스럽게 생각나더다.
어쨌든 중요한 건,
쫄지 말자!
뭐가 됐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