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12. 08:13

<단테의 신곡>

일시 : 2014.10.31. ~ 2014.11.08.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

원작 : 단테 알리기에리

재창작 : 고연옥

연출 : 한태숙

무대 : 이태섭

출연 : 지현준(단테), 정동환(베르길리우스),

        박정자, 김금미, 최원석, 김은석 외

제작 : 국립극장

 

고전(古典)은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게 한대서 고전이라는데...

그래서 이 작품을 예매하기 전 사실 좀 망설이긴했다.

단테가 쓴 이 방대한 서사시를 읽지를 않아서 작품을 보면서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

이해의 여부는 보고 난 후에 생각하자고.

공연기간이 짧아서 2013년에도 고민하다 놓쳐버린 작품이라 또 다시 놓치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뜯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일단은 보자고 작정했다.

결론은 챙겨보길 참 잘했다는거다.

"젊은 날에는 아주 긴 꿈을 꾸었지. 난 지금도 그 끝나지 않은 꿈속에 있다네"

단테의 대사로 시작되는 연극은

그로테스크하면서 몽환적인 느낌이 강해 정말 현실과 천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경사진 무대와 지옥의 불구덩이를 형상화한 구멍들,

조명, 음향, 그리고 배우들의 움직임까지 전체적인 아우라가 엄청났다.

개인적으론 판소리, 오페라의 활용이 아주 무시무시할 정도로 임펙트가 강했다.

(단테가 만약 이 작품을 봤다면 벌린 입을 도저히 다물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걱정과는 다르게 내가 단테의 신곡 에피소드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수월하게 봤다.

아마도 이것 저것 읽는걸 좋아하다보니

박학다식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잡학다식 정도의 식견은 되던 모양이다.

클라세같은 대사들을 들으면서

단테의 신곡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또 다른 열망도 생겼다.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이 연극이 좋은 안내자가 되준 것 같아 개인적으론 감사했다.

 

연극을 보고 괴테의 고민에 나도 휩싸였다.

살아있다는건, 인간답게 산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위대한 스승이든, 고귀한 에술가든 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베르길리우스의 말처럼

삶은, 생이라는 것은,

죄를 늘려가는 여정의 기록일까?

그렇다면 구원이란,

자신이 지은 죄를 씻기 위해 참혹한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고...

'내 죄를 내가 압니다'

스스로 죄를 고하며 참혹한 혈벌을 받고 있능 연옥의 사람들에게 자꾸 내 모습의 일부가 투영됐다.

그리고 내가 단테와 함께 내내 걷고 있었음을 깨닫았다.

나는...

과연 베아트리체를 만날 수 있을까?

괴테처럼 살아서 지옥을 견디고 돌아올 수 있을까?

 

살아있다는 것을 자랑하지 마라.

살아있다는 것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너는...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서

너 자신의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