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2. 16. 06:26

"무대가 좋다" 여섯번째 작품 <대머리여가수>
존개감있는 배우 안석환이 각색, 연출, 출연하는 작품이다다.
그리고 부조리극이라는 참 부조리한 말을 달고 있는 연극이기도 하고...
원래 뮤지컬 <미션>을 예매했던 날이었는데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이라는 둥, 관객모독이라는 둥,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를 하겠다는 등
열화와 같은 폭풍평가에 감동해서 과감하게 취소하고 선택한 작품이다.
그나저나 <미션>은 어쩔라나 모르겠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한차례 공연을 연기까기 해놓고
어쩌자고 이 지경을 만들었는지...
지금 암암리에 덤핑처리되고 있는 것 같다.
참 세종문화회관을 대관해서 이 무슨 행팬지....
엔리오 모리꼬네는 늙그막에 참 국제적으로 귀가 가려우시겠다. 더불어 그 아드님께서도...
"nella fantasia"하나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건 정말 fantasia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좀 거하긴 하지만 "경고관람주의보"를 그대로 숙지하고(?) 공연을 관람하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cult적이고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수도 있겠지만
서로 자기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함께 있지만 낯선 타인같은 딱 요즘 세태같은 연극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조리극이라는 표현보다는 풍자극이라고 표현이 더 맞을 듯...
그리고 참고적으로 제목과 작품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다.
제목부터 철저하게 관객을 배반하고 등친다.
(표현이 좀 죄송하지만... 나쁜 의미는 아니므로...)
반짝빤짝한 민머리를 자랑하면서 노래 부르는 여가수를 만날 일은 전혀 없다는 뜻 ^^



무슨 이유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좌우지간 마씨 부부가 서씨 부부 집에 찾아오고
나중에 소방관 아저씨, 가사 도우미까지 거실 안에 모이게 된다.
서씨, 마씨 부부들 사이에 별 특별한 내용이 담긴 대화가 오고가는 건 아니다.
심지어 부부들 끼리도 그렇다.
불친절하게 종결어미를 톡톡 짤라먹는 몹시 섹시한 의상을 입으신 도우미 언니!
그리고 정신질환자처럼 횡설수설을 연발한는 국가공무원 소방수.
글쎄... 뭐랄까?
이게 다 뭐하는 짓이냐며 노려보면서 뭔가 의미를 꼭 찾겠다 작정하고 보는 사람은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다.
(누가 뭐라든 상관하지 않게 제 길만 가는 현대인의 모습, 딱 그대로다.)
그냥 머리와 가슴을 그대로 놓고
보이는 그대로 보고, 웃기면 웃으면 되는 그런 작품!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의 표정을 읽는게 참 재미있었다.
그것도 상대편에게 포커스가 맞춰졌을 때 반대편 배우들이 짓는 살짝 장난기 담긴 표정들.
일반적으로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공연중에 사진 촬영 하는 걸 금지하는데
이 작품은 사진을 찍어도 상관없고 배우들도 찍으라고 친절히 포즈도 잡아준다.
심지어 핸드폰도 끄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전화오면 그냥 받으란다.
(실제로 받더라. 그리고 정말 전화를 받더라도 극에 아무 방해가 되지 않는다)
재미있지 않나?
이런 파격에 가까운 모습들이!



마임이스트 고재근의 제자들 3명(정한별, 조윤경, 윤대열)이 마임과 랩을 부르고
한글의 아름다운 모습을 패션에 접목시킨 그 유명한 디자이너 이상봉이 의상을 담당했다.
미술은 임옥상.
스탭진이 화려해서 무대나 의상이 궁금했었는데
솔직히 눈에 확 띄는 건 별로 없었다.
심플하고 재미있는 무대였고 의상이었다고만 해두자.
"겨울공주 평강이야기"의 온달 진선규를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이(爾)의 장생, 이승훈도...
자꾸 영화 <복면달호>의 트롯트 아저씨 모습이 보여서 혼자 웃었다.
(그 환상적인 2:8 포마드 바른 가르마... 근데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까?)
연극이 모두 끝나고 열심히 공놀이(?) 하는 배우들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정말정말 초등생처럼 열심히 던지더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이긴한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좋은 호응을 얻기가 험난하지 않을까 싶다.
"무대가 좋다" 시리즈 중에서 안타깝게도 가장 관객이 없다.
유명 연예인을 캐스팅한 것도 아니고
(이 작품을 하겠다고 나서는 연예인이 과연 있을지도 의문이다)
2차 티켓예매가 시작됐는데 할인율이 무려 50%를 넘기고 있다.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같은데
조금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 어쨌든 개인의 취향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