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끝 줄 소년>
일시 : 2017.04.04. ~ 2017.04.30.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원작 : 후안 마요르카 (Juan Mayorga)
번역 : 김재선
연출 : 김동연 / 리메이크 연출 : 손원정
출연 : 박윤희, 우민화, 백익남, 김현영, 유승락, 전박찬 / 코러스 : 나경호, 유옥주
제작 : 예술의 전당
묘한 작품이다.
한없이 끌리면서도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를 화가 치미는 그런 작품.
관음과 상상이 주는 폭력성은
가히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 생각해봤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상상하는게 허용해야 될까?
이 질문의 핵심은,
상상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닌 상상을 해도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다.
가능의 아니라 범위의 문제.
지금껏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않았던 맨 끝 줄에 앉아 있는 소년 클라우디오.
그러나 한 편의 작문숙제로 이 소년의 존재감은
맨 끝 줄에서 조금씩 맨 앞 줄로 위치 이동하더니
급기야 교사 헤르만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상황까지 직면한다.
그야마로 파란(波瀾)이 아닐 수 없다.
클라우디오를 연기는 전박찬의 무의건조한 표정과 대사에는
소년의 활기가 아닌 세상을 다 살아버린 노파의 염증이 느껴진다.
다른건 다 죽었는데
눈(目)과 머리만 살아 끝임없이 누군가를 관음하고 있는 조로(早老)의 소년.
그 시선과 사고가 범죄로까지 이어지는건 아니지만
범죄 그 이상의 찜찜함과 불편함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작품도, 배우들의 연기도, 코러스의 활용도 나무랄데 없는데
이 묘한 찜찜함에서 벗어날 길이 도무지 없다.
절대 악(惡)이 아닌 절대 오(誤)의 공모자가 된 듯한 느낌.
이 느낌을 어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