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0. 13. 08:04

<만추>

 

일시 : 2015.10.10 ~ 2015.11.08.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원작 : 김지현, 김태용 

각색 : 장우성 

연출 : 박소영

음악감독 : 이진욱

출연 : 이명행, 박송권 (훈) / 김소진, 김지현 (애나)

        고훈정, 이민아, 김정겸

제작 : HJ컬쳐(주)

 

솔직히 말하면 영화 <만추>를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본 것 처럼 느껴지는건 현빈과 탕웨이의 스틸컷과 토막 토막 소개되는 영상들을 너무 많이 접해서일거다.

처음 이 작품이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캐스팅까지 다 끝나고 엎어지는건 아닌가 걱정했었다.

(공교롭게도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했던 역할이 이 작품의 "훈" 이명행 배우다...)

어찌됐든 무사히 공연이 올라가서 일단은 다행이다.

사실 고백컨데...

개인적으로는 <만추>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대신 출연배우에 대한 기대는 요근래 올라온 연극 중에서 최상이었다.

그래서 창작 초연의 첫공을 아무 망설임없이 예매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기로만 놓고 보면 이명행, 김지현 두 배우는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할 정도로 안어울린다고 느껴지는건,

순전히 현빈과 탕웨이 탓이다.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

아무리 연기 잘하는 배우가 나서서 훈과 애나를 한대도 결국엔 어색하게 느껴질거라고...

(현빈과 탕웨이가 아예 연극의 주인공으로 나온다면 혹 모르겠지만...)

게다가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무대 크루들은 주인공들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며 무대를 셋팅했고

그들이 내는 소리와 분주함은... 솔직히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잦은 암전은 극의 흐름 까지도 수시로 깍뚝깍뚝 썰어댔다.

2층의 무대로 그다지 현명하게 활용하지 못했고

특히 과도한 자막처리도 극의 흐름을 방해하더라.

개인적으론 애나가 훈에게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장면만 자막을 썼으면 애잔함이 더 많이 드러났을것 같다.

(애나 가족이 중국어로 싸우는 장면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건 비단 나 혼자뿐이었을까???)

그리고 두 번의 정체불명의 춤사위.

이 장면은 아예 전문무용수가 나와서 우아하게 표현하는게 좋을것 같다.

표현의 의도는 알겠는데 배우들의 춤이 심하게 엉성해 보면서 참 난감하더라.

이명행과 김지현 배우에 비해 고훈정 배우가 어리고 키가 작아서

김지현-고훈정, 이명행-고훈정이 함께 하는 장면들도 발란스가 어색했다.

내가 영화 <만추>를 안봐서 영화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분주하고 수선스럽고 산만했다.

(원래 무지 감성적이어야 하는거 아닌가????)

중간중간 라이브로 연주되던 음악은 정말 좋았다.

음악은 정말 만추(滿秋)더라.

 

연극에 이런 표현...

좀 당황스러울지 모르겟지만

이 작품은 눈을 감고 아예 귀로만 감상하는게 훨씬 더 좋더라.

듣는 연극!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하나의 장르였던 라디오 드라마처럼...

아무래도 연출의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더불어 가지고 있는 표는...

조용히 내려놓게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