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5. 7. 07:57

 

<변신 이야기>

 

일시 : 2014.04.28.~ 2014.05.17.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출 : 변정주

무대 : 여신동

안무 : 권령은

출연 : 김준원, 정태민, 손지윤, 오정택, 이형훈, 진성민, 이효림,

        유주혜, 경지은,

연주 : 고래야

제작 : 노네임씨어터 컴퍼니

 

노네임씨어터 컴퍼니의 6번째 작품 <변신 이야기>

워낙에 노네임씨어터 작품과 배우들을 좋아해서 예당 자유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말 그대로 열심히 달렸다. <리어왕>을 보고 명동에서 예당까지 후다닥...)

공연장에 들어서니 무대 한가운데 커다란 하늘색 수조가 놓여져 있었고

수조 뒤 양쪽으로는 퓨전 국악 그룹 "고래야"의 연주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조를 설치했다는건 이미 알고 갔지만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푸른 수조는 적잖이 당황스럽더라.

뭔가 의뭉스럽기도 하고....

도대체 이 커다란 수조 안에서 배우들은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이 연극은 고대 시인 오비디우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쓴 "변신 이야기"를

미국의 연극인 메리 짐머맨(Mary Zimmerman)이 재구성했다.

2001년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됐을 당시,

9.11 테러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작품.

인간의 사랑과 욕망이 빚어낸 10가지 "변신 이야기"

 

 

아무래도 같은 날 먼저 관람한 <리어왕>의 영향이 너무 큰 모양이다.

만약 <리어왕> 보다 먼저 이 작품을 봤다면 지금보다는 더 파격적인 작품이라 생각하며 감탄했을지도 모르겠다.

10편의 에피소드들은 각각의 편차가 상당히 컸다.

세번째 알퀴오네와 케윅스, 일곱번째 뮈므라 이야기, 열번째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아주 좋았고,

첫번째 천지창조, 두번째 마이다스, 여덟번재 파에톤은 살짝 과했고

나머지 이야기들은 좀 평범했다.

그리고 이 날만 컨디션이 안좋았는지는 모르지만 고래야의 보컬이 참 밋밋하더라.

(나는 연주와 노래가 뭔가 몽환적이고 신화적이길 바랬는데...)

물 속이라 그런지 배우들의 몸동작들도 많이 위태위태했고

그 때문에 때때로 의도치 않게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그런 욕심이 들더라..

이 작품을 나레이션과 음악, 그리고  전문 무용수로 구성해서 올렸다면 어땠을까 하고...

아주 색다른 작품이고,  새로운 시도였고, 구성과 연출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걸 몸의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아무래도 배우들이 갖는 한계가 확실히 있더라.

 

그래도 이 작품을 하겠노라 나선 노네임씨어터도

이 어려운 작품을 어떻게든 몬으로 표현해내려고 노력한 배우들도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들이긴 하다.

물 속에서 이런 대사와, 이런 연기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 속에 온몸을 담궈야만 하는 이 작품을 하루에 2회 공연한다는건,

정말이지 미친 짓이다.

공연후에 퉁퉁 불어 있을 배우들의 몸을 생각하니,

작룸과 관계없이 그게 자꾸만 맘에 쓰인다.

 

배우라는 직업은...

누구도,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어쩌지 못하는 평생의 업이로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