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송>
일시 : 2016.04.22. ~ 2016.06.26.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극본 : 니콜라스 빌런 (Nicolas Billon)
번역 : 김승완
연출 : 김지호
출연 : 박은석, 정원영, 전성우 (마이클) / 이석준, 고영빈 (어윈) / 정재은, 고수희 (피터슨)
제작 : (주)나인스토리, (주)수현재컴퍼니
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초연보다 좋았다.
배우들의 합도 좋았고, 무대도 좋았고, 조명도 좋았고, 느낌도 좋았고, 전달되는 힘도 초연보다 훨씬 좋았다.
그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내 예상보다 더 이석준과 전성우의 합은 좋아서
이쪽도 저쪽도 기울어지지 않으려는 팽팽한 긴장감은
작품 전체에 미묘한 불안감을 안기면서 객석까지도 시니컬하게 만든다.
공포와는 분명히 다른, 하지만 그보다 더 깊고 선명한 절망감.
자궁에 웅크린 태아의 모습으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마이클은
23살 청년이 아닌 보호와 사랑이 필요한 아기에 불과했다 .
엄마에게 틀린 음정 3개 보다 가치가 없던 아이는
15살에 엄마를 존속살인해하고 8년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강력한 모계중심사회인 코끼리에 푹 빠진 채로...
마이클과 어윈의 게임.
"당신은 지금 나와 내가 원하는것 가이에 서있어요!"
어윈은 알지 못했지만 이 게임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마이클에게 있었다.
초콜렛을 더 주겟다는 어윈에게 이거면 충분하다고 마이클은 말한다.
"선생님을 이 정도로 이용해 먹었으면 됐죠.."
마이클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과는 다르게 친밀감과 안도감으로 가득한 어윈의 표정까지도.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를 일 분, 일 초도 놓치지 말고 사랑해주세요, 온 힘을 다해서 아낌없이 사랑해주세요"
그래서 마이클의 마지막 대사는 그대로 내 명치끝에 갇혀버렸다.
그렇게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어윈과의 게임을 승리로 이끌면서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자유"를 얻었다.
궁금했다.
만약...
어윈이 마이클의 진료기록을 읽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까?
달라졌다면 그게 마이클에게 더 좋은 결말이었을까?
"아가! 왜 그러니, 눈 떠!"
피터슨의 간절함과 무너지듯 주저앉은 어윈의 절망감이 잔상처럼 계속 남는다.
"아가"라니... 이제서야... 겨우...
...... 사람들은 평생 난 무슨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죠.
그런데 난 15살에 나 자신이 음정 3개보다 가치가 없다는걸 알아버린거죠 ......
그러니 세상의 모든 부모들아!
간곡하게 부탁한다.
제발 정신 바짝 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