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8. 22. 08:33


<청춘 18대 1>

극 작 : 한아름
연 출 : 서재형
기 간 : 2011년 7월 23일~2011년 8월 28일
장 소 : 신촌 더 스테이지
출 연 : 오찬우, 김은실, 이원, 김선표, 민대식, 조성호,
         임철수, 김진아, 김나미

또 오랫동안 묵혀놓고 말았다.
잊어버리기 전에 간단하게 기록이라도 해야겠다.
서재형과 한아름 부부.
공연계에 참 괜찮은, 멋진, 그리고 실험적인 젊은 커플이다.
(이런 단어의 조합! 어쩐지 상당히 어색하다. ^^;;)
어찌됐든 이 두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한다면 일단 믿고 볼 수 있다.

<청춘, 18대1>
혈기왕성한 건장한 남자가
선량하고 아름다운 한 여자를 위해
18대 1로 싸우는 의협심 가득한 이야기라고 지례 짐작하지는 말자! (그럴 사람도 없겠지만)
그렇다면 이 연극을 나는 뭐라고 말할까?
신파였다가 코믹이었다가 때로는 무성영화같기도 하고...
그러나 이 정체불명의 연극을 보면서 나는 웃고 울고 감동하고 슬펐다.
이런 젠장!


인간은 때론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일에 휘말리면서 의외의 삶을 살게 될 수도 잇다.
죽기를 결심한 사람은 막상 그 순간에 두려움을 느껴 혼자 도망칠 수도 있고
절대 죽지 않겠다는 사람은 웃으며 그 마지막을 즐길 수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정직한가?
대답은 그 모두가 다 정직하고 옳다!
옮고 그름을 떠나
이 작품은 이 땅의 역사를 살았던
소박하고 성실하고 조금은 미련한 사람들을 위한 구슬픈 진혼가이자 서글픈 살풀이다.
그래서 나는 보는 내내 슬펐고 안스러웠고 아련했고 아팠다.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신인들의 연기를 보는 것 같았다.
서툴렀다는 의미가 아니라 뭐랄까,
뭔가 막 시작하려는 그 첫 결심이 보였다면 이해가 될까?
정말 다들 미친듯이 열심히 해서
나는 이들이 지금 뭘하고 있는지 때때로 혼란스러울 정도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뒤섞이는 대사는
산만할까봐 걱정햇는데 오히려 더 사실적이다.
(기둥을 이용한 한글 자막은 참 괜찮은 아이디어다.)
특히나 이토에 역의 김은실과 취조관 역의 오찬우의 일본어 대사 뉘앙스는 대단하더라.
실제 일본 사람이 들으면 물론 어색한 부분이 많았겠지만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생각하니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누군가는 실제로 일본 배우들 캐스팅한 줄 알았단다.)

그야말로 이 작품은 배우들의 "청춘"과 스탭들의 "청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2011년도에 이런 이야기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고 공감을 받고 있다는 거,
많이 대견하고 그리고 참 아름답다.
MBC 프로그램 "Dance with the star" 때문에 스포츠댄스에 대한 안목들이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비전문가인 이들이 추는 왈츠, 룸바, 차차차, 퀵스텝도 참 예뻤다. 
물론 어색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노력이 보이는 작품을 관람한다는 건,
언제나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진심으로 그들이, 그 무대가 참 예뻤다.

바람이 있다면 이 좋은 작품이
나이가 들어도 지금처럼 계속 "청춘"스러울 수 있었으면 하는 거다.
그러니 그대들아!
언제까지나 아름답게 건승하시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