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시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올리버)
임강희, 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죽을만큼 힘이 들거나,
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히 필요할 때,
나는 목소리가 아닌 이 연극이 필요하다.
이 연극의 대사들이면 충분하다.
지난번 기획사의 티켓배부 운영 잘못으로 1막을 통째로 날려버려서 내내 허기졌었다.
어찌어찌 2막부터는 보긴 했지만
1막이 없는 2막은 허기를 넘어 아사(餓死)의 문턱을 넘나들게 하더라.
그래도 그 와중에 다시 돌아온 정상윤 필립에게 여지없이 몰입됐다.
1958년의 필립은 정말 힘들었겠구나.
진실을 숨기고 끝없이 자신을 기만하느라 진이 다 빠졌겠구나.
그래서 치료라는 명목으로 모욕과 수치심 속에 뒹구는 걸 선택할 수 밖에 없었구나.
아직까지도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데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버티고 견뎠을까를 생각하니 안스럽다.
"그때 그 사람들 다 숨어서 애인 만났을거 아니예요? 죄짓것도 아니데.."
정말 그랬겠네.
그 사람들 참 많이 아팠겠다.
남자라서 사랑한게 아니라 그 사람이라서 사랑한건데.
그걸 알아봐준 실비아는 또 얼마나 아팠을까?
실비아도 사랑이었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갈 수 있도록 떠나주는 사랑.
궁금하다.
실비아... 그 뒤로 행복했을까?
나를 나로서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사람, 만났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진실된 삶.
몇 번을 살아도, 아니 단 한 번을 살아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