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b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박은석 (올리버)
임강희, 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5월 3일 시원하게 날려버린 1막에 대한 연극열전 측의 보상.
그 당시만 해도 마지막 캐스팅이 미공개 상태라
공개된 회차 중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이명행, 박은석, 김지현을 선택했다.
(티켓 잡기 정말 어려운 캐스팅들.)
다행히 열전 측에서 잡아준 좌석이 최상의 위치라 정말 좋았다.
작품 좋고, 캐스팅 소중하고, 좌석 환상적이고...
행운이구나 싶었다.
체중이 많이 불은 박은석의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역시나 박은석 올리버는 명불허전이다.
1958년의 올리버는 더 간절하고 진실해졌고
2017년의 올리버는 더 귀여워지고 사랑스러워졌다.
개인적으로 박은석 올리버의 1막 1장을 좋아하는데
오랫만에 다시 보니 꿈같았다.
조명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속삭임"에 대해 말하는 장면.
순수함과 신비감이 공존하는 장면.
게다가 이번엔 대사 사이 사이 여백을 줘서 여운이 더 깊었다.
마치 코린트만 위에 올리버와 나란히 서서 올리버가 듣는 목소리를 함께 듣고 있는 것만 같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만나는 그런 느낌.
일종의 전율이 훓고 지나간다.
이명행 필립의 2막 진료실 장면은 너무 아프다.
아파서 미치겠다.
몸 안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
중간 중간 입술이 바짝 마를 정도로 타들어가는 음성
이명행은 1958년의 필립의 상태를 목소리 하나로 그야말로 다 표현해낸다.
거짓과 진실 앞에서의 고통을 대변하는 울음까지.
겪어야 하는 필립도,
봐야만 하는 나도,
견디는게 너무 힘들다.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잃었다면 꼭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찾은 길은
절대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 인생, 어떤 식으로든 의미있는, 아니면 최소한 그걸 찾으려는 노력,
그래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진실한 삶...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모두 괜찮아 질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