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24. 08:54

<Man From Earth>

일시 : 2014.11.07. ~ 2015.02.22.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원작 : 제롬 빅스비 (Jerome Bixby)

각색 : 배삼식

연출 : 최용훈

출연 : 박해수, 문종원, 여현수 (존 올드맨) / 김재건, 최용민 (윌 그루버)

        서이숙, 김효속, 이주화 (이디스) / 이대연, 이원종, 손종학 (댄)

        정규수, 한성식 (해리) / 조경숙, 이영숙 (린다)

        이주연, 박지나, 강하람 (샌디) / 정구민, 오근욱, 백철민 (아트)

제작 : (주)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 (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영화로 먼저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일부러 챙겨보지 않았다.

이유는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출연배우의 연기력 하나만 믿고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선택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Man from Earth>

이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내가 이렇게까지 실제적으로 받아들일 줄은 정말 몰랐다.

구석기 후기부터 현재까지 14,000년 동안 이어진 동굴인간 존 올드맨의 생애가

정말로 나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갔다.

자신이 늙지 않음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시간은 10년.

그래서 10년을 주기로 옮겨다니는 유목민의 삶을 사는 존 올드맨의 선택은

과연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을끼?

그런 생각을 했다.

인간은 때론 인간적일 필요가 없다고.

직관과 본능을 앞세우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도, 공간도, 관계도 있다고.

그리고 동물적이라는게 꼭 지능적으로 미개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올드맨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면서도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이 모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는 이유가 뭐냐?"고.

올드맨이 답한다.

"진짜 나로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진짜 나로서... 진짜 나로서... 진짜 나로서...

아주 무섭고 용기있는 대답이라 오히려 막막했다.

 

결핍때문이라고,

공허한 삶이 만들어낸 망상일 뿐이라고,

아니 알츠하이머가 찾아왔다고...

그런데 참 재미있는건,

올드맨은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불사(不死)나 불멸(不滅)의 존재라고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죽음이 두렵냐는 윌의 질문에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렇다.

공평하게도 누구에게든 단 한 번의 삶뿐이다.

단지 그게 우리의 기준과 지식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시간의 연속이었느냐, 찰나였나의 차이일 뿐이다.

시간을 풍경으로 인식한다면,

14,000년의 시간 역시도 풍경일 수 있겠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죽는다.

심지어 살아있는 않는 것들조차도 죽는다..

신화(神話)도, 지식도, 기억도, 감정까지도...

올드맨이 자신이 불사의 존재라고 말했다면 오히려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었을거다.

물론 그럴 경우 그가 광기(狂氣)의 인간으로 보호감찰이 될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그게 나을까? 내가 미쳤다면?"

어쩌면 샌디의 대답은 정답일 수 있겠다.

"당신이 저 사람들의 우주를 파괴할순 없으니까요..."

존과 샌디의 짧은 대사가 나는 너무 아프고 또 아프더라.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너무나 매혹적인 향연(香宴)의 연속이었다.

(아쉽게도 샌디는 빼야할듯... ㅠ.ㅠ)

특히 존 올드맨 박해수의 연기는 이날이 두번째 날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전작 <프랑켄슈타인>과 교집합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연기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정말 좋더라.

연기하는 내내 표정이 너무나 좋아 눈을 떼기가 참 힘들었다.

멋진 작품이고, 멋진 배우들이었고, 멋진 연출이고, 멋진 무대였다.

덕분에 제대로 미학적이고, 탐구적이고, 논리적이고, 지적이고, 매혹적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관람하고 나오는데 이작품을 기획한 이종원씨가 계단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다가가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초면에 염치없이 고백했다.

"너무 좋은 작품이었고, 아주 매혹적인 시간이었다"고...

(.... 아마 많이 놀라지 않으셨을까???)

 

Man from Earth.

존 올드맨처럼 나 역시 인간이 성스러울 수 있다는 희망을 믿는다.

왜냐하면 모든건 여전히 가능하니까...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