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9. 11. 05:28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감히 말하건데 나는...

이 작품과 완벽히 소통하고, 그리고 완벽히 대화한다.

마치 누군가 내 속으로 들어와 대사 하나하나를 직접 끄집어낸것 같다.

올리버가 고대도시 델포이에서 들었다는 혼자만의 신탁의 소리가,

지금 내게도 선명히 들린다.

먼 과거에 살고 있는 내가 지금의 나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

대답... 해주고 싶다. 간절히... 

이 작품을 앞으로 내가 몇 번을 더 보게 될까?

많이 힘들어 온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을 때,

진심으로 다가오는 토닥임과 위로가 필요할 때.

포악스런 욕심과 미움으로 망신창이가 될 때.

작은 온기라도 누군가와 기꺼이 나누고 싶을 때.

이 모든 순간들과 닿을때마다 나는 이 연극을 그리워하고 찾게 될거다.

올리버에게 감사하기 위해,

필립에게 감사하기 위해,

실비아에게 감사하기 위해...

그리하여 내가 온전한 나로 설 수 있도록!

 

<The Pride> 두번째 만남.

박은석 올리버와 김지현 실비아는 그 사이 더 깊어졌다.

김종구의 2막 첫씬 역시도 여전히 처음처럼 좋다.

25년의 역사...

그래, 그건 누가 뭐래도 사랑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들.

시간과 시간이 교차되는 상황들을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통제하면서 표현하는지...

도대체 이 역할들을 매번 어떻게 감당할까!

배우란,

참 위대하고 아픈 직업이다.

 

정상윤 필립은,

초반에 박은석 올리버에게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의도적이었다는 걸 나중에 이해했다.

그리고 역시나 정상윤의 섬세함과 디테일한 감정 표현은 너무나 간곡하더라.

특히 1막 마지막 장면은,

많이 아팠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광폭한 관계후 올리버를 떠나보낸 필립.

스스로 홀로 남겨진 필립의 눈과 입은,

여전히 단 한 사람만을 부르고 찾는다.

아주 간절히, 그리고 아주 절망적이게...

"올리버..."

 

반복되는 대사와, 상황들, 그리고 장면들.

필립에게 손을 뻗는 올리버의 그 조심스럽고 간절한 떨림까지.

(이 표현 정말 너무나 좋다. 과거의 모습도, 현재의 모습도 모두)

참 아득하고 아프다.

이 사랑...을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다.

 

"사랑"이라는거.

그건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간절함의 문제다.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혹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든.

간절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닿을 곳이 결국 있다면,

그건 "사랑"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려면 "용기" 또한 꼭 필요하다.

모든 사랑의 실패는,

따라서 "용기"의 걸여다.

사랑을 인정할 용기,

사랑을 고백할 용기,

사랑을 지켜나갈 용기,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다독이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거짓된 사랑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용기.

"실비아"가 바로 그런 용기였다.

실비아의 마지막 대사.

그걸 알았다면,

내 삶은 지금과 아주 많이 달랐으리라.

필립의 말은...

정말이지 아주 정확했다.

"실비아는 항상 옳아요!"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