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0. 2. 09:19

<Pride>

 

일시 : 2015.08.08. ~ 2015.11.01.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배수빈, 강필석 (필립) / 정동화, 박성훈 (올리버)

        임강희,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8월 9일 첫관람 이후 재관람이 망설였는데

배수빈의 필립과 임강희 실비아가 궁금해 결국 극장을 찾았다.

다행히 첫번째 관람보다는 좋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아는 <Pride>는 아니었다.

초연만큼 아프지도, 슬프지도, 가슴이 내려앉지도 않아서 그것 때문에 많이 아팠다.

 

박성훈이란 배우를 무대에서 처음 보긴 했는데

감기에 걸린건지 원래 목소리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변성기 소년 같던 발성이 보는 내내 신경에 쓰였다.

감정을 절제하는 조심성도 없었고 시종일관 코를 훌쩍이며 허우적거려 자주 당황했다.

목소리톤도, 표정도, 액션도 다 허공 중이다.

(특히 손동작은 재앙에 가까웠다...)

미안한 말이지만 박성훈이란 배우는...

1958년의 올리버를 전혀 감당해내지 못하더라.

단정하고 젠틀하고 귀염성 있던 박은석 올리버가 절박하게 그리웠다. 

만약 2015년의 올리버가 1958년의 올리버를 만회해줬다면 생각이 달라졌겠는데

코믹에 가까운 게이스러움과 젓가락 같은 몸으로 계속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꼭 슬램스틱 코메디를 보는것 같았다.

1막 마지막장에서는 소리를 컨트롤하지 못했고

2막 공원 장면은 시종일관 징징대는 사춘기 여자애를 보는 것 같아 통째로 들어내고 싶었다.

담담하지만 당당하고 현명한 올리버을 보고 싶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다.

진심으로.

 

대신 배수빈 필립은 참 좋았다

딕션과 성량도 좋았고 연기와 액팅도 과하지 않으면서 잔잔하고 깊었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이 연기할때 손동작을 유심히 보는데

1958년의 필립의 손동작은 아주 섬세하고 선명했다.

병원 상담 장면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울컥해졌고

고통을 참아내는 사람이 갖는 아픔과 슬픔이 고요히 전달됐다.

임강희 실비아는 

김지현만큼은 아니었지만 이진희보다는 좋았고

이원 역시 양승리보다는 더 좋았다.

개인적으로 2막 1장을 참 좋아하는데 이원 배우가 초연과 근접한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결국 이 작품은...

초연의 필립과 올리버, 실비아가 내겐 독(毒)이 되버렸나보다.

지금 배우들도 다 좋은 배우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초연의 그들만큼 내게 닿지 못했다.

자화상이었던 <Pride>가

지금은 단지 정물화처럼 느껴진다.

꼭 미로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