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9. 23. 07:47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연극 <The Pride> 세번째 관람.

역시나 따뜻한 위로와 힘을 주는구나. 이 작품은...

올리버와 필립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되는 첫장면부터 

김경욱 작곡가와 지이선 작가가 만든 엔딩곡이 흐르는 마지막 암전까지

세 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는 완전히 꽁꽁 묶여놓는 작품.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엔딩곡의 가사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진심이다.

존엄성,

자신의 목소리가 타인에게 닿길 바라는 노력과 의지,

거기에서 나오는 용기,

그리고 용기있는 목소리만이 갖는 프라이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용기를, 프라이드를 가진 사람이다.

1958년의 올리버처럼.

2014년의 필립처럼.

 

부디 이 작품을 동성애 코드를 내세운 연극으로만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이 작품이 주는 의미와 진심은 크고, 크며, 크다.

작품 속 2014년 올리버의 대사처럼

우리가 무언가 희망을 걸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건 사랑이 있어서다.

그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유일한 힘이다.

그 사랑에서 나오는 행동, 마음, 존중, 인정, 그리고 격려와 이해.

그게 내 목소리를, 네 목소리를 서로에게 닿게 만드는 유일한 진심이다.

그때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되고, 역사가 시작된다.

세상의 모든 역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역사다.

그 관계에 선과 악은 없다.

옳고 그름도 없다.

그걸 규정하는 건 오로지 타인의 잣대일 뿐.

(그러니.. 그대들이여! 무슨 일이 있어도 쫄지 말자!)

 

 

"부디 침묵하세요. 침묵만이 당신을 살아남게 할겁니다.

올리버, 우리 제발 우리 사이에 있었던 그 일들을 묻어둡시다.

그게 최선이예요. 약속하죠. 최선이라고.

언젠가는 나를 이해하는 날이 올 겁니다.

나에게 고마워하는 날이 올거예요.

이것이 당신을 보호하는 길이었다는걸,

나만의 방식으로 당신에게 한 선물이었다는걸!"

필립의 말에 올리버가 묻는다.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이 멍청하고 고통스러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순간, 가슴속이...

와르르 무너졌다.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진실하게... 진실하게...

진실하게 산다는거,

세상 속에서 나를 속이지 않은채 정직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

그 누구보다 내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pride"

 

그렇구나...

이 작품은 순전히 나를 위한 연극이었구나.

착각이라도 상관없다.

올리버처럼,

나도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야 들었다.

 

* 오종혁의 첫연극 대한 짧은 스케치!

   2014년의 올리버는 자연스러웠지만, 1958년의 올리버는 연극적이었다.

   그냥 똑 같은 톤으로 연기해도 좋았을텐데

   시대적인 차이를 보여주려던 의도가 오히려 작위적인 뉘앙스를 풍기더라.

   연기는 투박했고, 표정은 심하게 밋밋했다.

   첫작품부터 너무 쎈 작품을 만난건가???

   하지만 이 작품의 모든 것이 그에게 충분한 약이 됐을 것 같다.

   그 약발을 제대로 받았다면,

   앞으로 뮤지컬 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도 오종혁을 계속 보게 되겠다.

   

   진심으로 환영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