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0. 10. 23. 06:15

시간도 거의 없어서이긴 하지만
TV보다는 책으로 눈이 가는게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직업이다보니
화면에서 받게 되는 눈의 피로감 때문에 더 TV를 보지 않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요즘 챙겨보는 TV 드라마가 하나 있다.
바로 <성균관 스캔들>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이미 작년에 읽어서
조선시대 남장 여자의 성균관 이야기라는 걸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햇빛 때문에...
걸오폐인을 낳은 유아인 좋아서도.
까칠 공자 박유천과 대물 박민영의 미묘한 거짓과 끌림에 반해서도
아니라면 "나 구용하야!"를 입에 달고 사는 엄친아 송중기에 끌려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이틴 로맨스같은 줄거리에 두근거릴 나이도 아니고... 
드라마속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빛.
그게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다.
어느 때는 황홀한 기분까지 든다.
특히 서가에 쏟아지는 햇빛을 볼 때는 온 몸에 스멀스멀 아지랭이가 핀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욕심이 생긴다.
저 셋트장 가보고 싶다!
꼭 저 책들이 꽃힌 서가가 가서
햇빛을 받으며 오래오래 책을 읽고 싶다는 소망도.
왠지 저 햇빛들이 고스란히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건 아마도 내겐 일종의 동경 혹은 선망 비슷한 것이리라.
눈이 부실만큼 부서지듯 쏟아지는 햇빛을 보면
오래 그 속에 서있고 싶은 소망!
그런데 내 현실은 썩 유쾌한 편이 아니다.
달갑지 않은 햇빛 알러지가 심한 편이라 햇빛 아래 좀 오래 서있으면 여지없이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그리고 붉어지기 시작하면서 가려움증까지...
게다가 라섹수술로 그야말로 광명 찾은 눈은
찬란하고 빛나는 햇빛은 온전히 빋아내질 못한다.
햇빛이 눈을 찌르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이런 내게 일종의 대리만족인 되 주는 셈이다.
다분히 의도된 연출이겠지만
그렇더라도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백만개 쯤 찍어주고 싶다.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하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나 사건을 쫒아다니는 게 아니라 햇빛을 쫒아다닌다고 하면...



햇빛 말고 또 하나를 말하면,
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들.
그런데 결국 이것도 빛과 연결된다.
원색의 화려한 색감의 옷에 고급스런 느낌의 문양들.
이 옷들이 빛을 받을 때면 또 너무나 이뼈서 눈이 다 부실 정도다.
색과 빛이 조화를 잘 이뤘다고나할까?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그대로 뮤직비디오같은 느낌마저도 든다.
그야말로 뽀샤시~~~

사실은,
이 드라마는
햇빛 속에 오래 서 있지 못하는 나에겐 일종의 환상이고 유토피아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은가?
TV 화면을 통해서 이렇게 고스란히 볼 수 있으니까...
드라마를 이런 이유로 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줄거리가 궁금한 게 아니라
어떤 빛과 색이 만나서 폭포같은 햇살을 만들지가 궁금해서 보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세상엔 다양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까...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