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9. 18. 07:56

<Old Wicked Songs>

 

일시 : 2015.09.08. ~ 2015.11.2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극작 : 존 마란스(Jon Marans)

연출 : 김지호

출연 : 송영창, 김세동 (마슈칸)

        김재범, 박정복, 이창용, 조강현 (스티븐)

제작 : (주)쇼앤뉴, (주)스페셜원 

 

<Old Wicked songs>

너무 좋은 2인극을 만나서 행복하다.

내가 요즘  현과 건반에 푹 빠져 있어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여운이 오래 가는 작품이다.

마슈칸과 스티븐의 대화가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아이같이 천진하면서 할아버지처럼 포근한 마슈칸도

타인과의 소통에 벽창호인 차도남 스티븐도 참 많이 부러웠다.

관계라는건 이해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상처받고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유폐시킨다.

유폐의 방법은 고립일수도 있고, 고집일 수도 있고, 중독일 수도 있고, 무관심일 수도 있다.

차라리 마슈칸처럼 대놓고 드러내면 오히려 편안해질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슈칸이 아닌 스티븐처럼 선택한다.

철옹성처럼 꾹꾹 닫혀있는 스티븐을 보면서 이 사람 많이 외롭겠구나 생각했다.

"내 말이 날 찌르지만, 그 사람들이 찌르는 것보단 나으니까!"

마슈칸 교수의 말이 스티븐 뿐만 아니라 내 가슴까지도 울렸다.

 

작품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죽어가면서도 유쾌하게 농담을 던질 수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 곁에서 그 농담을 듣고 기꺼이 웃어준다면,

그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고 눈부신 인생이겠다.

보지 않고 보고, 듣지 않고 듣는다...

침묵은 고립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모든걸 받아들이는 포용의 수단이기도 하다.

고요함으로 바라보고 침묵으로 들어준다는건

완벽한 소통이고 교감이다.

그 속에 트라우마가 들어설 틈은 전혀 없다.

마슈칸과 스티븐은 서로가 서로를 치유했다.

그리고 그 둘의 틈을 매워주는 매개체는 "피아노"로 표현되는 "음악"이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마슈칸과 스티븐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다.

그 표정의 변화가 나를 숨쉬게 했다.

 

아름다운 작품이고,

그보다 더 의미있는 작품이다.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 송영창과 이창용의 조합은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다.

  덕분에 조증과 울증의 불협화음이 완벽한 하모니가 되는 과정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송영창의 무시할 수 없는 연륜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힘이었고, 매 순간마다 연기가 아닌 진심을 보여줬다.

  (할 수만 있다면 나 역시도 그에게서 보컬수업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1년 반 만의 복귀를 2인극으로 선택한 이창용은 현명했다.

  짧지 않는 공백이었는데 선물같은 작품으로 돌아와줘서 다행이다.

  나중에 이 두 배우가 <레드>로 다시 만나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All Wicked songs이라...

  처음보다 점점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제목이다.

  모든 사악한 노래들이라니...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