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2. 13. 08:22

<유럽 블로그>

일시 : 2013.02.01. ~ 2013.05.31.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대본 : 정민아

작곡 : 이진욱

안무 ; 정헌재

연출 : 이재준

출연 : 김수로, 채동현 (종일) / 김재범, 성두섭 (동욱)

        조강현, 이규형 (석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 E&M

 

하루에 두 작품을보는 거 가능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같은 날 그것도 같은 공연을 두번 연거푸 봤다.

프리뷰 50% 할인의 유혹이 일단 가장 컸지만 

고맙게도 캐스팅이 서로 완전히 달라서 예매를 해버렸다.

그런데 3시 공연의 석호가 이규형에서 조강현으로 바뀌었다는 문자가 받았다.

아깝다!

이규형이었다면 <유럽 블로그>의 전캐스팅을 클리어하는 거였는데...

뭐, 그래도 괜찮다.

조강현이 보여준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준 연기가 아주 재미있고 사실적이었으니까. ^^

늘 느끼는 거지만,

조강현은 참 독특한 발성을 가진 배우인 것 같다.

어떤 때는 기본기 전혀 없이 생목을 사용해서 노래하는 것도 같고

또 어떤 때는 꽤나 진중하게 기본기에 충실하게 음색을 조율해서 부르는 것도 같다.

이 작품에서는 전자쪽에 가까운데

그런 발성으로 부르는 "입국심사"나 "1유로에 1420원"를 듣고 있으면

마치 명랑만화를 보는 것처럼 킥킥 웃게 된다.

치킨와 족발, 아이패드와 양말의 수를 헤아리는 석호의 처절하게 찌질한 모습이라니!

 

약간 뒷자리라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기에 용이했다.

꽤 공들인 무대다.

공연 시작 앞,뒤로 보여주는 영상도 그렇고

조명의 on/off에 따라 "여행"에 대한 정의가 보여지는 것도 이색적이고 신선하다.

무대 양쪽의 프레임이 어떻게 활용될까 궁금했는데

때로는 기차 창문으로,

"여행의 시작"이라는 BG에서는 페러글라이딩으로 센스있게 사용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자리한 두 개의 두툼한 의자는 정말 볼수록 탐나는 아이템이다.

(이런 의자 집에 하나씩 있으면 꽤 유용하겠다~~)

카톡을 통해 세 명의 주인공이 대화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공감 100%의 웃음이 객석 여기저기서 마구 터진다.

김수로 종일은 여행작가로 장기체류중인 인물이 아니라

어찌어찌하다 유럽에 흘러들어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같았고

성두섭 동욱은 김재범 동욱보다 조금 더 무게감이 있었다.

그래선지 김수로와 성두섭 형제는 채동현, 김재범 형제와는 느낌이 완전 딴판이다.

김수로 성두섭쪽이 약간 뒤바뀐 형제 느낌이라면

채동현 김재범쪽은 터울이 많은 형에게 위로받고 기대고 싶은 동생 느낌이랄까?

극의 느낌과는 후자쪽 조합이 더 괜찮은 것 같다.

김재범 동욱이 무대에서 삐걱이며 넘어지려고 한 게 실수가 아니라 설정이라는 걸

성두섭 동욱을 보고 알게 됐다.

배우 성두섭!

지금껏 했던 인물들과 동욱이라는 인물이 너무 비슷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캐릭터를 깨부술 과감성을 기대해본다.

아직 젊고 충분히 똑똑한 배우니까.

 

이 작품 보고 나처럼 여기에 등장한 장소를 인터넷으로 찾아본 사람들 많지 않을까?

스위스 인터라켄 산악기차 시간표를,

융프라우에는 정말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있는지를 열심히 찾아보고

냉정과열정 사이의 피렌체 두오모 성당과

시네마 천국의 배경지 팔라시오 아드리아노까지.

어쩌나...

덜컥 떠나버리고 싶어졌다.

팔라시오 아드리아노에 있는 토토가 운영한다는 식당에서 파스타가 먹고 싶어졌다.

(심지어 파스타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아마도 그게 바로 천국의 맛이 아닐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창작 음악극 <유럽 블로그>는

정말 나쁜 작품이다.

도착과 출발 속에서 나를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Trouble Maker!

그게 <유럽 블로그>의 정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