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7. 29. 08:25

1박을 하긴 했지만 자다르에 머문건 대략 16시간 정도.

하지만 이동시간과 수면 시간을 빼면 고작 10시간 내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부지런히 다녔던 곳.

작열하는 한낮의 뙤약볕도,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도,

청록빛 고요한 밤도, 

새벽와 아침 그 중간 어디쯤도,

그 짧은 시간에 살면서 내내 그리울 순간들을 고맙게 지나오고 지켜봤다.

 

 

깊게 잠든 숙소를 빠져나온건 새벽 5시 30분.

아무도 없는 거리를 '이 구역 주인은 나야' 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로만 포룸, 성 아나스타시아 대성당, 성 도나트 교회, 수치심의 기둥...

이 난데없는 막무가내 주인의식이 마냥 행복했다.

태양은 중천에 떠있어도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거리에 사람들이 없었다.

이런 풍경을 일상에 두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매일 보면 무심해질까?

만약 그렇다면 진심으로 부럽다.

 

 

아무도 없는 바다오르간과 태양의 인사.

혼자서 듣는 바다오르간의 연주는 신비로웠다.

(소문처럼 청소 중은... 아니었던거다. 주위가 조용하니 선명히 들린다.)

그리고 완만하게 굽어지는 곡선이 아름다웠던, 

혼자라서 더 행복했던 해변의 산책길.

고동을 들고 있는 할아버지 조각상과 고요히 정박되어 있는 배.

그 둘에선 공통적으로 세월의 흔적, 바람의 손길이 느껴진다.

 조금씩 조금씩 깨어나는 자다르.

 

1시간을 예상했던 아침 산책이었는데

발길이 돌리는게 쉽지 않다.

이 고요함을 두고 가버리는건,

아무래도 죄 짓는 일인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