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8. 27. 08:08

산타 크로체 성당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과 외형이 비슷하다.

그래서 여행블로그를 뒤적이다보면 두 성당이 잘 못 쓰여진 글들이 꽤 많다.

구분까지는 아니지만 차이점이라면

산타 크로체 성당은 정면 파사드를 중심으로 좌우로 뾰족한 삼각형이 보이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파사드는 좌우가 곡선형으로 구르듯 마무리 되어 있다.

그래서 산타 크로체 성당은 남성적이라고 말하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여성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산타 크로체는 "성스러운 십자가"라는 뜻으로 프란체스코 성당 중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고딕성당이다.

정면 파사드에는 다윗의 별을 뜻하는 육각형의 별이,

맨 꼭대기에는 두 명의 천사가 산타 크로체, 즉 성스러운 십자가를 받들고 있다.

 

 

 

 

이곳은 "피렌체의 판테온"이라 불리는 곳인데

피렌체 출신 276명의 묘가 벽면과 바닥에 안치되어 있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작곡한 로시니와

이탈리아 통일 운동가 니콜리니,

그리고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까지 이곳 산타 크로체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이 중에 유일한 가묘(假墓)가 있는데 바로 "신곡"을 쓴 대문호 단테다.

젊은 시절 단테는 교황파와 황제파가 싸우던 정치싸움에 휘말려

급기야 피렌체에서 추방당해 이탈리아를 떠돌게 된다.

그러다 결국 피렌체로 돌아오지 못하고 1321년 라벤나에서 사망한 후 라벤나 프란체스코 성당에 안치된다.

세월이 흘러 피렌체시에는 라벤나에 유골반환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그래서 현재까지도 텅 빈 채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정말 정말 엄청나게 보고싶었던 판테온인데

기차시간 때문에 겉모습만 보고 돌아서야만 했다.

절박한 마음에 얼마나 돌아보고 또 돌아봤는지...

연인과 헤어져도 그렇게까지 돌아보지는 못했을거다.

 

 

성당 왼쪽 편에 당당하게 서있는 단테의 동상.

단테의 지성을 상징한다는 독수리의 모습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성당 앞 넓은 산타 크로체 광장.

이곳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장이 유명하다는데 혼자 상상만 해봤다.

'당신... 또 이곳을 그리워하겠군요...'

피렌체를 떠나는 나에게 이렇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아 서운함이 가득했다.

돌아오는 길.

내 섭섭한 마음을 귀여운 피노키오들이 달래줬다.

중세의 느낌이 드는 출입문 앞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아파트먼트인듯 문 오른편에 벨 비슷한게 보였다.

어릴적 친구들과 함께 몰래 벨을 누르고 후다닥 도망치던 기억.

낯선 피렌체에서 나는 왜 그게 떠올랐을까...


아마도 아까웠던 모양이다.

시간이, 공간이,

지금 여기가, 그리고 예전 그곳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