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11. 8. 11:38

돌라체 시장을 둘러본 뒤,

혼자 걸으며 조용히 크로아티아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른 아침이라 거리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이제 막 깨어나려는 아침은 조금씩 말갛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당히 상쾌하고,

또 정당히 화사한 모습.

아침 시장에서 산 신선한 체리를 입 속에 넣었다.

달콤한 과육이 입 안에 가득찼다.

아마도 이 맛은 오래오래 기억될것 같다.

그 선명한 빨간색과 달콤한 과육의 향이라니...

이제 다시 이 체리를 먹을 일이 없겠다 생각하니 서운하기까지 했다.

 

 

이 길 저 길 트램길도 무작정 따라가보고,

지나가는 트램을 향해 손도 흔들고,

(트램의 승객들이 아침부터 저 여잔 뭐지 했을지도...)

그러다 아이의 시선으로 눈높이를 낮춘 아빠의 미소에 멈춰섰다.

나란히 마주한 두 사람의 표정은

아침햇살속에서 빛보다 더 눈부시게 빛났다.

감사하고 고마웠다.

크로아티아 여행의 끝에서 만난 풍경이 이런 사랑스러운 부자(夫子)의 모습이라서...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긴 한 장면.

 

 

혼자 떠난 9일간의 여행이었다.

아무렇지 않은척 떠났지만 사실 아무렇지 않았던건 결코 아니다.

솔직히 나이를 먹을수록 낯선 것들과 대면하는게 쉽지는 않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 낯선 언어, 낯선 풍경...

이 모든 것들이 눈물겹게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많이 무섭고 숨막히는 공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마지막 유럽여행이겠구나 짐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경유지 도하에서 슬리핑 체어에 몸을 부리며 생각을 바꿨다. 

일 년에 한 번은 뭐가 됐든, 어디가 됐든 떠나자고.

가족들에게 미안해하지도 말고

직장사람들 눈치도 보지 말고

가능하다면 무급으로라도 장기여행까지 꿈꿔보자고.

형편없는 영어실력이자만 궁하면 어떻게든 통하고

답 안나오는 길치지만 결국은 원하는 장소에 서있더라.

(물론 매번은 아니지만...)

그래서,

지금부터는 크로아티아 다음 여행지를 꿈꾸기로 했다.

다른건 몰라도 여행만큼은 꿈꾸면 이뤄지니 다행이다.

 

2012년 터키

2014년 그리스(아테네, 산토리니), 터키(이스탄불)

2015년 스페인, 이탈리아(피렌체, 로마)

2016년 크로아티아

2017년 ..............

나는 과연 어디에 가게 될까?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