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7. 31. 07:12

<조롸로운 삶>은 <윌든>과 함께

그냥 눈으로 가만가만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맘이 편안해지면서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두 권은 꽤 오래전 출판된 책이라 종이도 많이 바랬고 얇아졌다.

분실하지 않는다면 이 책들을 새로 구입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거다.

시간과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오래된 책이 내겐 찬란한 유산이자 깊은 안식이다.

그럴 수 있을까?

도시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자급자족으로만 삶을 산다는거...

40대 중반에 교수직에 쫒겨난 남자와 20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여자는 기꺼이 버몬트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개발의 손길에 밀려 다른 곳으로 떠날때까지

그곳에서 20년이란 시간을 스스로 집을 짓고 농사지으며 소박하게 살아간다.

그 소박함이 채워내는 일상은 언제나 풍족했고 평화롭고 활기찼다.

 

...... 도시를 떠날 때 세 가지 목표를 품고 있었다. 첫 번째는 독립된 경제를 꾸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불황을 타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 할 수 있는 한 생필품이나 노동력을 시장에서 사고 팔지 않는 독립된 경제를 계획했다. 그러면 자본가든 정치가든 교육 행정가든 누구든 우리에게 간섭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건강이었다. 우리는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더 건강해지고 싶었다. 도시 생활은 여러 가지로 우리를 조이고 억눌렀다. 건강한 삶의 토대는 단순했다. 땅에 발붙이고 살고, 먹을거리를 유기 농법으로 손수 길러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 번째 목표는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었다. 우리는 되도록 많은 자유와 해방을 원했다. 여러 가지 끔찍한 착취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지구의 약탈자로부터, 사람과 짐승을 노예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전쟁을 일으켜 사람을 죽이고, 먹기 위해 짐승을 죽이는 것으로부터 말이다.
우리는 생산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익과 불로 소득을 축적하는 데 반대했다. 우리는 땀 흘려 일해서 먹고 살고자 했다. 하지만 여가와 휴식을 갖는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었다. 삶이 틀에 갇히고 강제되는 대신 삶이 존중되는 모습을 추구하고 싶었다. 잉여가 생겨 착취하는 일이 없이, 필요한 만큼만 이루어지는 경제를 바랐다. 다양함과 복잡함, 혼란 따위 말고 단순함을 추구하고자 했다. 병처럼 미친 듯이 서두르고 속도를 내는 것에서 벗어나 평온한 속도로 나아가고 싶었다. 물음을 던지고, 곰곰이 생각하고, 깊이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했다. 걱정과 두려움, 증오가 차지했던 자리에 평정과 뚜렷한 목표, 화해를 심고 싶었다 ......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그들이 세운 원칙은,

먹고사는데 필요한 것들은 적어도 절반 넘게 자급자족한다.

스스로 땀 흘려 집을 짓고, 땅을 일구어 양식을 장만한다.

한 해를 살기에 충분할 만큼 노동을 하고 양식을 모았다면 돈 버는 일을 하지 않는다(돈을 모으지 않는다).

되도록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일을 해낸다.

집짐승을 기르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들은 이 원칙을 20년 동안 의무감이나 규칙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지켜갔다.

단순한 생활을 통한 조화로운 삶.

어쩌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겐 그들의 삶이 "고립"이나 "도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하면

우리도 이런 삶을 살고 꿈꾼다.

사실은 그렇게 사는게 불가능한게 아니라 지금 내 주변을 다 놓고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없어서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 겁쟁이가 되버렸다.

두 사람은 때로는 성공했고 때로는 실패했지만 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심지어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난 후에도 헬렌 니어링 혼자서 이 삶을 이어갔단다.

할 수 있는 것들은 여전히 해가면서...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너무 많은걸 가지려고 하는 삶.

정말 다 버리고 사는게 정답일 수 있는데

그게 태산을 옮기는 일보다 더 거대하고 힘들다.

혼자 살면서 요즘은 자주 이 두 사람의 삶을 기웃거리게 된다.

흉내조차 낼 수 없지만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진다.

산다는게...

그래야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흐른뒤에

나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게.

딱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이 만들어낸 정직한 결과물로 먹고 생활하는 그런 삶.

그렇게 나를 마무리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