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12. 21. 08:40

주말 내내 송충이(?)가 됐었다.

토요일 퇴근해 집에 들어가서 오늘 새벽 출근할때까지 단 한 번도 바깥 공기를 쐬지 못했다.

당시에는 그랬다는걸 전혀 의식도 못했는데

오늘 새벽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바깥 공기가 한참은 낮설게 느껴졌다.

이번 주말엔 공연도, 영화도 안 봤고

(원래는 조조로 히말라야를 볼까 생각했는데 관두기로 했다)

그야말로 뒹굴뒹굴 하면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DMB로 "응답하라 1988"을 봤다. 

내 세대와 정확하게 맞물리는 드라마.

작은 소픔들 하나까지도 전부 선명하고 익숙하다.

향수도 아니고, 기시감도 아니고, 서글픔도 아닌 묘한 감정들.

시간이 어느새 나를 이곳까지 떠밀고 왔다고 생각하니 오히어 막막하다.

그 시절에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완벽한 어른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지금 완벽하지도 심지어 어른이 되지도 못했다.

그때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도

지금 혹시 나같은 기분일까?

 

여백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했다.

여유와 쉼이 아닌 비어있음으로 꽉 찬 여백에 대해.

일고 있는 책의 영향이 컸겠지만

하루 종일 송충이처럼 꿈틀대면서 의미를 담지 않는 삶도 가끔은 필요하다다는걸 인정했다.

기필(期必)을 버리라는 말이,

가슴 속에 박혔다.

단도처럼 날카로운 말이지만

꽁꽁 묶여있는 매듭을 끊어내는 말이다.

 

기필(期必)을 버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