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10. 19. 09:44

살짝 고민하다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자전거를 끌고 나간 시간은 아침 8시 30분.

지난 월요일에 바람이 엄청 쎄서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갔었다.

혹시나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 날씨도 바람도자전거타기에 딱 좋더라.

왕복 42km 정도 달리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11시 30분.

두 발에서 비롯되는 정직한 동력은 사람을 가볍게 해준다.

그리고 그게 때로는 무한동력이 된다

자전거바퀴가 순하게 굴렀다.

중간에 생각지도 못한 마라톤 행사와 섞이긴 했지만

자전가 도로 폭이 여유가 있어서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예전에 피트니스센터를 열심히 다닐 때 런닝머신에서 넋 놓고 40~50분을 뛰곤 했었다.

그때 어떤 분 오셔서 마라톤 한 번 해보라고 하셨는데...

하지만 맨땅 위와 기계 위의 달리기는 생각다 그 차이가 훨씬 컸다.

몇 번 뛰어보고는 알았다.

내 다리가 뛰기에 적당한 다리가 아니라는걸...

 

오후엔 이촌에 있는 국립박물관 극장 용에서 뮤지컬 <뿌리깊은 나무>를 봤다.

끝나고 잠깐 박물관을 들러볼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잠시... 라는게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서 돌아섰다.

4~5 시간을 넋을 잃고 돌아다닐게 뻔한데

그러면 일주일동안 무릎이 편치 않을 것 같아서 몸을 사렸다.

대신 30여 분의 산책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걷기 참 좋은 날씨.

오래 걷고 나면 깊고 건강한 잠을 잘 수 있어 좋다.

걷는 것도 중독이 되는지

점점 걷은 시간이 길어진다.

처음엔 1시간 정도의 가벼운 밤산책이었는데

어느새 2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덕분에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책은 세 권을 같이 읽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와 이슬람교의 역사에 대한 책,

그리고 마지막 한 권은 이병률 시인의 여행산문집.

세 권 모두 이유로 재미있고 흥미롭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물었다.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 내용이 서로 뒤섞이지 않느냐고.

다행히 나는 책과 관련해선 언제나 멀티테스킹이 가능하다.

책을 읽으면서도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이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책 제목이 궁금해서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도 내 책에 누군가 관심을 보이면

일부러 책장을 덮고 표지를 그 사람 쪽으로 향해준다.

책을 읽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책을 닮은 웃음.

나는 그게 참 좋다.

낮선 사람이 낮설게 느껴지지 않는 유일한 순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오래 걸을테고

돌아와서는 책 속으로 숨어들어 깊고 깊은 연애에 빠질거다.

 

사실은...

글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막막하고 묵묵하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