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11. 9. 08:27

토요일에 본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완벽하게 매혹적이었다.

2011년 초연때는 이지나 특유의 B급 정서가 좀 불편했는데

올해 문삼화 연출은 깊이감도 훨씬 더 있고 인물들의 내면도 훨씬 더 정교했다.

사람을 숨죽이고 집중하게 만들더라.

송용진과 이명행의 연기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고

첫공이라는게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케미였다.

 

어제는 아침에 우산을 쓰고 나가 비오는 산책로를 걸었다.

막심 므라비차의 음악을 들으면서...

막심의 일렉트로릭 피아노는

햇빛이 작살처럼 내리꽃히는 한여름에 들어도 좋지만

비오는 날, 적당히 멜랑꼴리한 기분에 듣는 것도 아주 좋다.

바닥에서 빗방울이 튀어 오르고

우산 위에도 비가 후두둑 떨어지고

귓 속으로는 피아노 건반 소리가 비처럼 떨어진다.

묘하게 어울어지는 소리에 발걸음이 저절로 맞춰진다.

빨리 걷다가 다시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예전에 읽었던 오규원의 시가 생각났다.

...총 총 총

   고전적으로 내리는 비....

어제의 비가 딱 그렇더라.

총.총.총

 

빗 속을 걸어 영화 <검은사제들>을 보고 왔다.

"엑소시즘"이라니...

영화 속 나이든 신부님들의 말처럼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그걸 믿을가 싶었는데

영화는 우려했던것 보다 좋았다.

헐리웃 영화처럼 등골이 오싹하게 공포스럽거나  과하게 제의적이었다면 당황스러웠을텐데

오히려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아서 좋았다.

허망한(?) 스토리이긴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좋다보니 그 스토리를 잘 살려내더라.

김윤석과 강동원은

배우로서 아주 성실했다.

 

영화를 보고 다시 빗속을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걸으면서 우비가 하나쯤 있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이 자유로우면 더 경쾌하게 걸을 수 있을것 같아서...

 

그래, 어제의 비는...

참 친근했다.

덕분에 오랫만에 나는 평화로웠다.

총.총.총.

고전적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